[카메라포커스] "생존자 고통 여전"… '4.3 집 건립 추진'
이정훈 기자  |  lee@kctvjeju.com
|  2019.08.0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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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완순 / 제주4·3 북촌리 학살 생존자 (지난 6월 美 UN본부 4.3컨퍼런스 中)>
"다다닥 다다닥 계속되는 총소리, 울부짖는 아우성,
죽지 않으려고 이리 몰려갔다 저리 몰려갔다 개처럼 운동장을 기어다닌 사람들."

<이정훈기자>
"지난 6월 첫 유엔본부에서 고완순 할머니의 4.3증언 이후 국내외에서
4.3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처럼
제주 4.3 생존자들이 공동 생활할 수 있는 이른바 4.3의 집 건립사업이 추진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취재했습니다."

백 명 넘는 북촌리 주민 대학살로부터 극적으로 살아남은
고완순 할머니,

지난 6월 국제 평화와 인권의 심장부로 불리는 유엔 본부에서 수
처음 제주 4.3을 국제사회에 알린 후 생활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충청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응원의 편지들이 쏟아지는가 하면
국내,외 종교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많은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고완순 / 제주4·3 북촌리 학살사건 생존자>
"유엔에 갔을 때 (4.3을) 알려야된다는 이렇게 지구상에
억울한 사람이 (있다는 걸) 많이 달라졌죠 왜냐하면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제주 4.3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미국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했다는 자부심이 크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은 답답합니다.

4.3 유족과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과 보상 문제를 담은 특별법안이
오랜시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이
4.3 생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92살의 윤삼례 할머니,

북촌리 주민 학살 과정에서 친정아버지를 비롯해 시댁 식구를 잃은
악몽같던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윤삼례 / 제주4·3 북촌리 학살사건 생존자>
"이제 서쪽으로 나오는데 밭으로 몰아넣고 죽여서 오라버지 찾으러 가니까
(죽어서) 창자가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정부 지원으로 배고픔은 면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온 종일 집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윤 할머니의 벗은 텔레비전이 유일합니다.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치 등
생존자들을 위한 정부 지원책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4.3 생존자들은 하나 둘 세상을 등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4.3피해 생존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이른바 '4.3의 집' 건립 사업이 추진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호시설인 '나눔의 집'을 표방하는
공동시설인 '4.3의 집'이
더 주목받는 것은 남다른 추진방식 때문입니다.

건립 비용을 우리 정부 뿐만 아니라
4.3소요 발생에 책임이 있는
미국 정부와 함께 부담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고창훈 / 세계 섬학회장>
"북촌에 4.3 미망인들이 많다면서 그 사람들을 위한 공동주택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는데..."

최근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관계에서 엿보듯
국내는 물론 미국을 상대로 한
배상과 보상문제가 단기간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존자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책으로 검토가능한 카드로 꼽히고 있습니다.

<도날드 커드 / 코리아 타임스 독립기자>
"배상이라는 단어가 많은 것을 함축해서 그것때문에 진영이 나뉘어 서로 비난하게 됩니다.
그런면에서 (북촌 4.3의 집) 건립비를 미 정부가 기부하는 것을 (검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4.3집' 건립사업은
미국 유엔본부에서 열린 4·3 심포지엄에서 공식 제안됐고
국내,외 종교계와 학계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습니다.

<헌찬란 /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북촌리 4.3의 집은 하나의 물꼬이다. 미국측에서 제주 4.3 보상 책임에 대한
첫 걸음이라는 취지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 냉랭한 한일 관계속에서도
화해와 상생이라는 4.3정신에 부합하는 방안으로
일본 학자도 동참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구니히코 요시다 / 일본 홋카이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아직도 제주에서 4.3비극이 일어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트라우마를 갖고 있거나
홀로 살고 있는 생존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어느때보다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질곡의 세월을 견뎌내고도
여전히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는 4.3 피해 생존자들이
남은 여생을 편한히 보낼 수 있는
생활 안정지원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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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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