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축구장 면적 日영사관 명의 땅...세금 '0'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08.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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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네모 반듯한 토지.
출입금지를 알리는 푯말이 넘어진 채로 야트막한 울타리만 쳐져 있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 사이로 쓰레기가 나뒹굽니다.

<양경택 / 원노형 마을회장>
"일본 영사관을 지으려고 매입한 것인데 그 후에 일본 경제가 어려워져서 건물을 못 짓게 됐다고..."

<조승원 기자>
"제주에서도 건축행위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히는 노형동 한복판에 비어 있는 땅. 일본인 소유라는 소문만 무성한 이 땅이 어떤 곳인지, 왜 이렇게 방치돼 있는지 카메라포커스에서 들여다 보겠습니다."

법원 등기소를 통해 해당 토지의 등기부를 확인해봤습니다.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이 1999년 매입한 곳으로 소유자가 일본국으로 확인됩니다. 등본에 나온 면적만 5천 100여 제곱미터, 옛 단위로 1천 500여 평 규모입니다.

축구장 면적에 조금 못 미치는 넓은 땅, 그것도 노형동 한복판에 있는 땅이 20년 동안 활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주민>
"한 번씩 지나다니다 보면 유채가 피어 있고 코스모스꽃이 피어 있는 모습들만 봤지..."

과거 사진을 살펴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이라고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나무와 잡초의 모양뿐. 하늘에서 바라보면 차이는 더욱 명확합니다. 2012년부터 아파트 단지 조성공사가 시작되더니 해가 갈수록 주변에는 건물들이 늘었습니다. 다만, 일본 영사관 토지는 계속 비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을까.

주소지가 있는 행정관청에서도 명쾌한 해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노형동 관계자>
"모르죠. 우리가 관리하겠다고 해도 영사관에서 허락해줘야 가능한데 아직까지는 허락해주지 않고 있어서 관리 못하고 있어요."

방치되는 동안 토지 가격은 크게 뛰었습니다.

<조승원 기자>
"이 땅의 공시지가는 매입 당시 3.3제곱미터당 175만 원대에서 지금은 74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20년 사이 공시지가만 4배 넘게 오른 것입니다."

이 가격은 공시지가 일뿐, 실제 거래가는 더 높다는 게 부동산업계 설명입니다. 특히 이 토지가 왕복 6차선 도로를 끼고 있고 네모 반듯한 모양이어서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고 귀띔합니다.

<'A' 공인중개사>
"사실은 나중에 굉장히 높은 시세가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죠."

<'B' 공인중개사>
"6차선 도로 때문에 땅이 가치가 있는 거죠. 대충 시세만 해도 (3.3㎡당) 2천만 원이 나오네..."

그런데 일본영사관은 20년 동안 노른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세금 한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방세법에 따라 외국 정부가 소유한 재산은 취득세나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이렇게 내버려둘 바에는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정균 / 제주시 노형동>
"보기 안좋죠. 도심 중심지인데...공원을 조성한다든가 시민 편의시설로 쓰게 해야죠."

일본인 소유 토지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달청이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차원에서 2012년부터 일본인 소유 부동산을 국유화하고 있습니다.

<조승원 기자>
"제가 서 있는 이 땅도 일제시대부터 일본인 소유였다가 2014년 국유화돼 국가 재산으로 귀속됐습니다."

지금까지 국가 재산에 귀속된 땅은 98필지.
나머지 7필지에 대해서는 국유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사관 토지는 국유화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습니다.

<조달청 관계자>
"일본인들도 이쪽에서 땅을 많이 사서 점유하고 있죠. 그것은 법적으로 적법하게 땅을 산거니까...현재 땅은 (국유화가) 안 되고요."

결국 영사관 측이 활용 방안을 찾든지, 아니면 제주도에 임대 또는 매각하는 방안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토지 구입 경위와 활용 계획 등에 대해 영사관 측에 문의했지만,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관련돼 있는 담당자에게 메모를 전해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기다렸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지역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공익적인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강성민 / 제주도의회 의원>
"토지 취득 당시에도, 재산세도 20년 가까이 납부 안했고 아무런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는 곧 투기성 토지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조속히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내 일본인이 소유한 토지는 235만여 제곱미터. 이 가운데 영사관 토지는 0.2%로 미미한 비율에 불과합니다.

<조승원 기자>
"하지만 아무리 작은 토지라도 땅은 땅으로서 기능할 때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도민에 기여하거나 지역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일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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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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