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탄소 없는 섬' 실상은?
김수연 기자  |  sooyeon@kctvjeju.com
|  2019.08.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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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탄소 없는 섬을 목표로 제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중입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정책에 집중하고는 있는데 과연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취재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위해 지난 2009년 구좌읍에 조성됐던 실증사업 단집니다.

탄소없는 섬을 만들겠다며 당시 정부와 100여개의 기업에서 총출동하며 야심차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김수연 기자>
"100억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만든 이곳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당초 실증사업이 끝나면 한전에서 건물을 제주도에 무상 기부할 계획이었지만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방치되다 최근 철거됐습니다.

<문경삼 / 제주도 저탄소정책과장>
"저희들한테 무상 기부 의사를 표현했는데 여러 가지 실리적인 측면에서 이건 기부를 안 받고 한전에서 그냥 처분하는 대로 따르겠다…"

용두사미식 사업에 결국 지역주민들의 불신만 키웠습니다.

<이일형 / 구좌읍 행원리장>
"그때 당시 그분들은 다 승진잔치했고 정년 때문에 갔는데 지금 후임자들은 들어본 적도 없고 근거도 없다. 마을 대표로서 참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지금도 여기 볼 때마다 가슴이 멥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도내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난 신재생 에너지 시설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연구용 수소차 2대를 위해 만들었던 충전시설은 수소차가 사라지자 이렇게 변해버렸습니다. 철근 건물과 기계들은 녹이 슬 대로 슬어 붕괴 직전입니다.

한경면 용수리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파력발전 실증사업 역시 마찬가집니다.

1년 전 KCTV 취재로 처음 알려진 해저케이블 입칠비리로도 모자라 실증시험을 준비하던 발전기가 기상 악화로 6개월 만에 바닷속으로 침몰했습니다.

안전과 환경상의 문제에도 도에서는 4개의 파력발전 사업을 검토 중입니다.

마을 전체가 실험의 무대로 이용된 가파도는 어떨까?

2012년 사업 시작 당시, 제주도와 여러 기업에서 제시한 청사진은 눈부셨습니다.

<이상호 /전 남부발전 사장>
"이곳을 세계 최초의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가파도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65%가 탄소배출 주범인 디젤발전기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상호 /전 남부발전 사장>
"이제 가파도는 디젤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아닌 남부발전소에서 공급한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청정 에너지로 사용 전력의 100%를 공급하게 될 것입니다."

취재결과 남부발전소에서 순수기술이라 자랑했던 풍력발전기는 인도산.

가파도에 100%의 전력을 공급할 거란 기대와 달리 발전량은 25%에 그쳤습니다.

잔고장이 발생하면 고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각종 자재와 기술자들을 모두 인도에서 불러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바람부는 날 찾은 가파도의 풍력발전기는 멈춰 있었습니다. 갑자기 부는 돌풍 등에 쉽게 고장날뿐만 아니라 정비도 자주해야 하다보니 작동을 멈추는 날이 많습니다.

이틀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는 ESS 장비도 도입했지만, 저장용량은 20시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신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대체할거라는 말은 모두 헛구호에 그쳤습니다.

<김문봉 /가파도 발전소장>
"구름이 끼면 발전이 안되고요. 또 안개가 끼면 태양광 발전이 안되고 또 바람이 잘 안 불어요. 6월에서 8월쯤에는…. 바람이 안 불다 보니까 풍력이 발전이 안돼서 그때는 오히려 디젤발전기를 15일 동안 계속 지속적으로 운전할 때도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100%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당시 사업추진 자체가 무리하게 이뤄지면서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취재결과 세계자연보전총회 행사기간을 급하게 맞추기 위해 몇개월여만에 제대로 실증도 거치지 않은 풍력발전기를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범석 /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이 지역에 적합한 풍력발전기면 그 풍력발전기로부터 이 지역에 바람 자원이 어느 정도 되니까 그 지역에 설치했을 때 우리가 1년에 예상 가능한 발전 가능량이 어느 정도 된다는 추정치를 가지고 사업개발을 들어가는게 일반적인 풍력발전단지 개발의 절차입니다."

제주도에 앞으로 추가 보완 계획이 있냐고 물었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문경삼 / 제주도 저탄소정책과장>
"저희들이 일단 완료된 걸로 봐야 되고 (가파도에) 100%를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보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은 100% 전환이라기보다도 자립섬을 하기 위한 롤모델로 만들었다는 그런 측면에서 가져가려고 하고 있고…. "

가파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프로젝트에 들어간 예산은 143억원. 에너지 자립섬의 실상은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김수연 기자>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사업 시행 이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제주를 실증사업단지로 이용하면서 기업들이 챙긴 특허는 33개에 달하는데요. 하지만, 제주에 남은건 녹슬고 방치된 시설물뿐이었습니다. 탄소 없는 섬을 지향한다는 제주. 결국 무늬만 탄소없는 섬이 되고 있습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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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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