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태풍이 남긴 해양쓰레기…제주바다 몸살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09.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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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이 제주를 강타하면서 각종 시설물과 농작물에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태풍은 이 뿐만 아니라 해양쓰레기도 남기고 갔는데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는 해마다 반복되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취재했습니다.

태풍의 길목이었던 제주 서부지역.

거친 파도에 떠밀려 온 해조류 감태가 해안가를 온통 뒤덮었습니다. 새카만 감태 사이로 하얀 물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페트병, 폐어구 같은 해양쓰레기입니다.

해안가를 따라 쓰레기가 긴 띠를 이뤘습니다.

인부 몇몇이 주워담아봐도 그때 뿐입니다. 마대자루 수백개 분량의 감태와 해양쓰레기를 수거해갔지만 보시는 것처럼 다시 바다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태풍이 남쪽에서 북상해 제주를 통과하면서 주로 산남지역에 해양쓰레기가 몰렸습니다. 법환포구 주변 해안도로에 마대자루가 길게 늘어섰습니다.

해안 산책로 곳곳에 마대자루가 쌓여 있습니다. 태풍 링링 때 떠밀려온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임시로 쌓아두고 있는 건데요, 스티로폼 폐어구와 통나무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어촌계원 등 주민들이 수거한 해양 쓰레기만 약 5톤.

<강행장 / 서귀포시 법환동>
"이 쓰레기 바다에서 날아 온 거예요. 태풍만 왔다 하면 바다에서 남풍 불면 떠내려와요."

<배경해 / 경기도 동두천시>
"굉장히 심해요. 서 있기가 안 좋고 빨리 떠나고 싶을 정도로 안 좋아요. 쓰레기 냄새가 너무 많이 나요."

보존 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도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발자국 화석산지가 있는 상모리 해안가에 발자국은 물에 잠겨 보이지 않고 각종 쓰레기만 둥둥 떠다닙니다. 큼지막한 냉장고부터 소파, 타이어 심지어 개집까지 해안가를 차지했습니다.

<김주희 / 인천시 미추홀구>
"3년 만에 왔는데 옛날에 비해서 쓰레기가 늘어난 것 같아요. 태풍 때문인지 몰라도 바다를 볼 때 기분이 좋지는 않아요."

태풍 때마다 문제가 되는 건 해양쓰레기만이 아닙니다. 큰 비가 내린 하천을 따라 각종 쓰레기가 바다로 몰려들며 해양쓰레기 양을 늘리고 있습니다.

제주도 조사에 따르면 육상에서 버려진 해양쓰레기가 57%로, 바다에서 떠밀려 온 것보다 많습니다. 태풍이 몰고 온 외부 쓰레기와 도민들이 몰래 버린 폐기물이 맞물려 해양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봉종 / 안덕면 사계리>
"의식이 있어야죠. 그거를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버리는 사람들이 주의해야지."

제주 전역에 청정 바다지킴이가 투입돼 매일매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완전히 정화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석창 / 청정제주바다지킴이>
"생활쓰레기가 많아요. 배에서 쓰다 남은 것들 버린 것 아닙니까. 이런 것들이 다..."

해양쓰레기 수거에 이은 처리작업이 매끄럽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용담2동 집하장에 해양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태풍 이후 수거한 쓰레기가 그 위로 쌓이며 더 큰 산을 이룹니다.

수거해 온 해양쓰레기는 세척하고 건조한 뒤 처리해야 하는데 이곳은 보시다시피 여유 공간이 부족해 처리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때문에 공공처리시설에서는 해양쓰레기에 묻은 염분과 기계 고장 우려를 이유로 반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민간업체를 통한 처리단가는 톤당 40만 원 정도로 비싸서 일부 동지역에서는 올해분 예산이 이미 바닥났습니다. 결국 해양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한 채 그저 쌓아두고만 있는 겁니다.

<장원철 / 제주시 용담2동주민센터>
"광역 집하장을 만들어서 여기서는 집하하는 게 아니고 분리 선별만 하고 집하장으로 가져가서 적재만 한다면 (개선될 것 같습니다.)"

평상시는 물론 태풍이 올 때면 해양쓰레기 문제가 반복되자, 제주도는 이른바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해양쓰레기 수거부터 운반, 처리까지 모든 과정이 한꺼번에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활용 선별시설이나 해상 정화선 등에 대한 국비가 확보되지 않고, 집하장 현대화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이기우 / 제주도 해양산업과장>
"부지 활용이나 건축허가가 가능하면 현대화를 할 건데 그런 부분이 가장 문제라서 도유지나 국유지를 발굴해서 그런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는 지난해에만 1만 2천여 톤, 처리비용으로는 64억 원이 들었습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제주도로서 태풍과 해양쓰레기는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청정 제주바다지킴이를 통해 해양쓰레기 수거 체계는 어느정도 갖춰진 만큼, 이제는 육상에서의 폐기물 관리와 함께 처리 작업을 개선해야 할 때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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