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폐작 또 폐작…농민 '망연자실'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19.09.2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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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이번 가을은 유난히 비가 잦습니다. 이례적인 가을장마에 강력한 태풍까지, 며칠 사이 연이어 발생했는데요. 태풍이 휩쓸고 간 농촌은 어떤 표정일까요? 카메라포커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당근 최대 주산지인 구좌읍입니다.

당근 밭이 사막처럼 황량하게 변했습니다. 한 뼘 크기의 어린 당근들은 밤새 몰아친 비바람에 쓸려갔습니다.

<이형자 / 구좌읍 행원리>
"이 밭에 남은 게 없어요. 하나씩 보였는데. 해수에 싹 죽어버렸어요. (다 쓸려갔어요?) 죽어버렸어요."

<박인실 / 구좌읍 행원리>
"그러니까 이제 손 들어버린 거. 손 들은 거. 이제는 농사 하려고 해도 먹는다는 소리 못 하는 거. 이제는 이거 끝난 거. (폐작?) 폐작."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풍을 맞은 줄기와 이파리가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변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살려보려 물을 틀어 소금기를 씻어봅니다.

<박인실 / 구좌읍 행원리>
"(물 더 줘야 될 것 같아. 막 짜.) 응. 더 주라. (짜요?) 응. 물 줘서 조금 나은 거야. (짜다.)"

바로 옆 밭에서는 쉴 새 없이 영양제를 뿌립니다.

<이형자 / 구좌읍 행원리>
"바짝 볕이 나면 이거 다 물러질 거 아닙니까. 그러면 아무 것도 없을 거잖아요. 이 밭 전체가 모든 것이.”

제주도내 당근 밭의 70%가 비슷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거의 한 달 내내 내린 비에 뒤늦게 겨우 심은 월동채소도 초토화됐습니다.

비바람이 집중적으로 몰아친 성산과 표선 일대.

초속 40m의 강풍에 줄기가 꺾여버렸습니다. 멀쩡한 무밭을 찾기 힘들 정돕니다.

<강동만 /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
"폭우부터 시작해서 가을장마, 그리고 태풍이 2번 이렇게 오는데 인간으로서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지난 태풍을 겨우 견뎌낸 양배추도 이번에는 못 버텼습니다.

<김복준 / 대정읍 상모리>
"그냥 이거 갈아버릴까 하다가 농민들 하나 있는 거, 아픈 할아버지가 병원 다니면서 이거 일으켜 세우겠다고."

혹시나 하는 기대에 뽑힌 양배추를 흙에 다시 묻어봅니다.

<나경대 / 대정읍 상모리>
"이렇게 안 하면 또 바람 불면 (줄기가) 뱅뱅 꼬여버려. 그러면 안 되니까. 바람에 안 떨어지게."

과수원에는 물러터진 한라봉들이 나뒹굽니다.

지난 태풍 링링 때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자 나무라도 조금 건져보려 했지만, 보름 만에 몰아친 태풍은 작은 희망마저 앗아갔습니다.

<변미루 기자>
“살아있는 나무라도 살려보려 이렇게 지지대를 이용해 기둥을 세워놨지만, 또다시 태풍이 불어오면서 이렇게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백오인 / 서귀포시 서호동>
"넘어진 것들 한 번 보십시오. 이렇게 괴었는데 다시 넘어져 버렸잖아요. 이쪽으로 나무를 박아서 괴었는데 다시 넘어져 버린 거예요."

올 가을 들어 제주에서 신고된 피해 규모는 9200여 ha. 마라도 면적의 300배에 달합니다.

보험조차 들지 못한 농민들은 눈앞이 더 깜깜합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비닐하우스. 철거부터 복구까지 모두 혼자서 감당해야 합니다.

<김현수 / 서귀포시 도순동>
"이렇게 무너져 버리니까 찢어진 나무에 약을 발라야 하는데 바를 수가 있나. 사람 다닐 수도 없는데."

이렇게 보험에 들지 않은 밭이 제주 전체 재배면적의 절반이 넘습니다.

특히 콜라비나 비트 같은 소규모 작물은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밭을 갈아엎고 당장 빈손으로 지내야 합니다.

<문정열 / 애월읍 봉성리>
"이 농사로 한 해를 먹고 살거든요. 그런데 이게 망쳐버리면 부채만 더 늘어나는 그런 (상황입니다)."

예측하기 힘든 자연재해로 힘없이 무너져 내린 풍작의 꿈.

<변미루 기자>
“태풍이 지나간 들녘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황폐해진 농촌에서는 하나 둘 복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처난 농민들의 마음은 쉽게 아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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