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돌담 장인 '무관심'…명맥 끊긴다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10.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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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굽이 이어진 모습이
검은 용과 닮아 이름 붙은 흑룡만리 제주밭담.

밭의 경계를 표시하고 농작물을 보호하며
오랜 세월 제주 농민과 함께 해 온 역사의 산물입니다.

2014년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며
제주 밭담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조승원 기자>
"이런 밭담과 집담처럼
제주의 돌로 만든 돌담은 전문 기술자인 석공,
이른바 돌챙이가 남긴 소중한 유산입니다.
그런데 돌담 장인의 명맥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고 하는데,
카메라포커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

40년 넘은 블록 담을 허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어 큼지막한 자연석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웁니다.

돌을 세워보고 뒤집어 보면서 모양을 맞춰 나갑니다.
현대식 담이 제주 전통 돌담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문대탄 / 제주시 연동>
"전원 냄새가 나지 않겠나. 친환경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돌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석공 일에 뛰어든 조환진 씨.

돌담 쌓기 기술의 명맥이 끊길 것을 우려해
직접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기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조 씨 부자와 같은 전문 석공에 의해
제주 돌담의 가치가 이어져오고 있지만
이런 장인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기만 합니다.

장인이 몇명이나 남아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 전역에 20에서 3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조환진 / 돌빛나 예술학교 원장>
"수십년 동안 돌담을 쌓아 온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돌담들이 남아 있는데
그 분들이 과연 몇 명이나 살아 있는지도 전혀 파악이 안 되고..."

구좌읍 평대리에 사는 오경용 할아버지도
장인 가운데 한명입니다.

17살부터 돌을 만지기 시작해
60년 동안 돌챙이로 살아 온 흔적이
거친 손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돌을 고르고 끼워 맞추며 담을 쌓는 모습에서
오랜 경력과 노하우가 묻어 납니다.

<조승원 기자>
"60년 경력의 석공과 쌓아올린 작은 돌담입니다.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금방 쌓았지만
단단한 견고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석공의 미래가 돌담처럼 단단하고 견고할지는
오 할아버지조차도 회의적입니다.

<오경용 / 구좌읍 평대리(석공)>
"젊은 사람은 물론 담 쌓던 사람도 이제는 안 해요.
왜냐면 아주 골병이 들거든. 땀 쌓는 일이 상당히 괴로워요."

한 때 마을에서 알아주는 석공이었던
양덕문 할아버지가 가진 기술도 잊혀질 날만 앞두고 있습니다.

60여 년 전에 돌로 지은 창고는 지금까지 남아 활용되고 있지만
양 할아버지에게는 돌챙이로서 남은 게 없습니다.

<양덕문 / 한림읍 동명리(석공)>
"안타깝죠 없어지니까. 옛날처럼 망치로 때려서 하는 사람은 없고
지금은 기계로 잘라내서 담 쌓는 사람 밖에는 없어요."

돌담 장인들이 고령화되면서
그들이 가진 기술도 소멸될 것이란 우려가
석공 사이에서도 커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이나 아일랜드에 있는 돌담협회가
수십년 동안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런 위기는 행정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큽니다.

제주밭담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을 당시
제주도가 내놓은 보전관리 종합계획에는
석공 장인을 발굴하고 지정하겠다는
실천과제가 명시돼 있습니다.

밭담석공연합회도 조직하겠다고 했는데,
5년 넘도록 어느 하나 진전된 게 없습니다.

<강승진 / 제주도 농어업유산위원장>
"장인들이 돌아가셔 버리면 그들의 재능과 정보가 단절, 사장되기 때문에
밭담이 세계유산으로 된 만큼 전문가로 대접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주도가 만든 조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도 농어업유산 보전.관리 조례에
도지사가 장인 발굴과 지정,
후계자 육성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것입니다.

<제주도 관계자>
"플랜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사업이 안 됐다가
작년부터 국비, 지방비 반영하면서 본격적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장인 관련 사업도) 서서히 하나씩 해야죠."

도의회 차원에서
조례 위반을 지적하며
실행 방안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에 나서기로 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박호형 / 제주도의회 의원>
"석공, 장인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 있는데 조례를 개정해서
앞으로 장인이 생기면 후계자가 생기는 것이니까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가장 제주다우면서도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관심 밖에 있던 제주 돌과 담, 그리고 장인들.

<조승원 기자>
"흔히 제주밭담을 천년을 이어 온 돌문화 유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돌담 장인을 무관심으로 대한다면
제주밭담이 천년 뒤에도 남아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겁니다.
돌담 장인에 대한 관심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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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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