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문화재 복원 '고증따로 · 복원따로'
김수연 기자  |  sooyeon@kctvjeju.com
|  2019.10.16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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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들을 잘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데요.
하지만, 복원 이후에 오히려 제 모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문젠지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살펴봤습니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어진 대정현성입니다.
중요한 성곽 유적으로 무너져 있던 부분이 전체적으로 복원됐습니다.
복원 현장을 전문가와 함께 둘러봤습니다.
일부 구간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성벽이 잘 쌓여 있습니다.

<김유정 / 제주문화연구소장>
"밑바닥에서 가장 단단하면서 튼튼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돌이고, 중간에는 가로석들이 있어요. 가로형들이 보여요.
돌이 서로가 맞물릴 수 있도록 엮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눌러주기도 하기 때문에
견고성을 더하고자 하는 옛사람들의 지혜 중 하나죠."

하지만, 옆으로 이동하면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듯하게 깎아놓은 일정한 크기의 돌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비교해보면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증과 심의를 거쳐 복원이 이루어졌다지만 허술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돌을 피할 수 있도록 성 위에는 여장이라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야되는데 복원이 거의 안됐습니다.

#탐라순력도 여장사진..

그나마 복원된 일부 구간이 있지만 당시의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김유정 / 제주문화연구소장>
"병사들이 여기에서 활을 쏠 때는 일어서고 활을 피할 때는 숨어 있어야 하는데
여기 있다가는 병사들이 적군들한테 다 죽겠어요. "

바로 옆 성벽은 곳곳이 무너져 내려 처참한 모습입니다.

표면을 깎은 가공석들을 마구 쌓아올리다보니
맞물리는 힘이 부족해 틈이 벌어지면서 훼손된 겁니다.

<김수연 기자>
"무너져 내린 성벽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까요.
이렇게 콘크리트 공사 자재와 비료 포대가 그대로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원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정민 / 도시공학박사>
"콘크리트나 이런 것들은 그냥 흙벽에다가 이렇게 하면
비가 오게 되면 유실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죠."

조천읍 연북정 역시 마찬가지.

돌담으로 쌓은 성벽 사이에 콘크리트가 메워져 있습니다.
부서진 콘크리트 사이로 건축폐기물과 쓰레기가 한가득 나옵니다.
바로 옆 조천진성에는 성벽이 유실돼 복원한다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성벽이 이어지지 않고 뒤틀려 있습니다.

관련부서에 확인해본 결과
복원공사 진행중에 다른 위치에서 성벽 터가 발견되면서 공사를 중단한 겁니다.

1년뒤에 예산이 나오면 다시 새롭게 공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문화재 심의를 거친 복원작업이었음에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복원이 이뤄진 제주성지는
벌써 틈이 벌어져 붕괴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유산본부에서는
몇년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제주성 보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엉터리 복원이 이루어지는 이유로는 허술한 시공 문제가 큽니다.

문화재 복원 사업이 시작되면 심의, 고증과정을 거치고 선정된
시공업체에 공사를 맡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주만의 특징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주에서 당시 사용했던 방식 대신 한양성의 표준 축조 모델을
토대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부분적인 설계변경이 가능하다보니 고증 따로, 복원 따로인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이경용 /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
"이 부분을 과감히 지적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지사님을 비롯한
각종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심지어 원형 추정조차 어려운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려시대 바다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쌓은 환해장성은
원래 바다 근처에서 나는 둥근 돌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복원돼 있는 곳을 보면 각진 돌로 이뤄져 있습니다.
쌓아놓은 모양도 원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원형과 다르더라도 법적으로 심의를 다 거쳤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길도 없습니다.

복원 이후 사후관리가 엉망일 수밖에 없는 이윱니다.

문화재 보호구역이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집니다.

행정에서 직접 나서 임시 야적장을 만들었습니다.

<주민>
"우리도 알죠. 여기는 환해장성이니까 이걸 놓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대책이 없어요."

목조문화재 주변 소화기도 모두 망가진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도내 역사문화재 290여개에 대한 돌봄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취지대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입니다.
복원 사업에서부터 관리까지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이윱니다.

<김수연 기자>
"복원현장을 둘러봤더니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복원사업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재는 결국 사라져버릴지 모릅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기자사진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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