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훼손되고 사라지는 전통포구
문수희 기자  |  suheemun43@kctvjeju.com
|  2019.11.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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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희 기자>
"바다가 곧 삶이었던 제주 사람들.
제주 포구는 제주 역사와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인데요.
하지만 이런 포구 대부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카메라 포커스에서 들여다 보겠습니다."

#탐라순력도
조천항과 함께 제주의 가장 오래된 포구로 기록되는 화북 포구.

#옛사진
조선시대, 제주의 관문이자 제주인들의 삶의 터전.

추사 김정희 선생과 면암 최익현 선생이 유배를 왔던
유배의 길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록과 기억이 아니면
옛 화북포구의 모습을 찾긴 힘듭니다.

현대식 방파제가 들어선 오늘날의 화북 포구.

돌담은 시멘트로 가려졌습니다.

포구가 매립돼 차가 다닐 정도로 면적이 넓어지면서
그만큼 편해졌지만 예전의 정겨움은 사라졌습니다.

<안도열 / 화북동>
"방파제가 이렇게 길지도 않고 돌도 다 됐었어요.
헤엄치고 춥잖아요. 그럼 여기가 다 돌이야, 돌이 엄청 따뜻해.
그럼 여기 엎드려서 몸 말리고..."

4.3의 아픈 역사가 남아있던
월령포구도 옛모습을 잃은지 오랩니다.

<문수희 기자>
"이 곳 월령포구도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데요.
지금 제가 서있는 이 곳도 포구 일부를 매립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에 남아있는 옛 포구는
사라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박용수 / 월령주민>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죠. 한 15년에서 20년 됐죠."

해안도로가 개통되며
옛포구 대부분이 사라진 월정리.

포구가 있던 자리엔
주차장과 상가들이 들어섰습니다.

바뀐 것은 겉모습 만이 아닙니다.
인공 방파제가 들어서고 막혀버린 물길.

주민들은 이 때문에 마을 어장도 바뀌었다고 주장합니다.

<곽광석 / 구좌읍 월정리>
"월정에 멸치가 많이 들어 오니까.
멸치가 안 들면 멀정이라고 했었지.
멸치가 안나지 이제는 ... "

#옛사진 (포구 만드는 사진)
온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든 포구.

돌을 나르고 쌓는데 까지
포구에는 그 마을의 사람들의 공동체 정신이 녹아있습니다.
구조와 형태도 다른 지역의 것과 다릅니다.

제주포구는
바다를 향해 자연적으로 나있는 여와 빌레,
주변의 용천수 등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제주말로 안캐, 중캐, 밭캐라고 부르는
2중, 3중으로 형성된 포구는
그날의 바다 날씨에 따라 쓰임이 다릅니다.

<고영철 / 제주문화유적답사 회장>
"1차 적으로는 샘이 솟는 곳이여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파도를 막기 위해
자연적으로 코지가 나와있으면
그 코지를 이용해서 성창을 쌓고..."

축조 방식도 독특합니다.

아랫부분은 큰 돌로 길고 넓게 쌓고
위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형탠데
파도의 부서짐을 최대화 하기 위해섭니다.

제주의 거센 바람과 파도에 맞서
어업 생활을 이어오고
바를 지켰던 옛조상들의 지혜가 어려있습니다.

<조환진 / 돌빛나예술학교 대표>
"앞에 보이는 얼굴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 속으로는 길게 돌이 돼 있어요.
그러면서 넓은 면적으로 돌과 돌이 마주치기 때문에
마찰력이 커지는 거예요. "

제주의 100여개의 항포구 가운데서
전통의 모습이 남아있는 포구는 38개.

가속화되는 전통포구 훼손을 막고자
복원 사업도 시작됐습니다.

제주도가 사업비 모두 60억원을 들여
전통포구 6곳에 대한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원은 잘되고 있을까?

최근 복원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귀덕포구.
하지만 한눈에 봐도 전통포구의 모습과 거리가 멉니다.

전형적인 포구의 형태가 파손되고
축조 방식 또한 다릅니다.

포구 한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이 세워졌습니다.

<문수희 기자>
"이 곳은 제주도가 전통포구 복원사업을 추진한 곳인데요.
하지만 현장을 둘러보니 옛 포구 형태와 차이가 큽니다.
복원이란 말이 무색할 정돕니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복원도 이뤄졌습니다.
겉모습은 옛 포구를 되찾은 듯한 망장포구.
자세히 들여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문수희 기자>
"돌은 쉽게 빠져 버리고 그 안은 시멘트로 가득합니다."

바다의 맞닿아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포구의 외벽은 시멘트를 덕지 덕지 발라 놨습니다.

복원을 한다면서 되려 훼손이 가속화된 모습입니다.

사라져 가는 포구에 심각성을 느낀
일부 학자와 도민들이
제주 포구를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당장 전통포구가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서재철 / 제주자연사랑미술관 관장>
"남아있는 포구라도 잘 관리해서
선조들이 바다를 개척했던 지혜를 후손들에게
물려 줘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수희 기자>
"개발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전통포구.
더 늦기 전에 원형이 남아있는 포구를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기자사진
문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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