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몰래 뽑혀 간 '팽나무' 수난시대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9.11.27 08:30
영상닫기
도내 주요 마을마다 어귀를 지키면서
제주인의 삶과 역사를 함께 이어 온 제주 팽나무.

<조승원 기자>
"제줏말로 퐁낭, 팽나무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또한 제주의 소중한 나무자원입니다.
일부는 보호수나 기념물로 지정되고 있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이런 팽나무가 최근 시련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카메라포커스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 임야.
잘려나간 나무 기둥과 줄기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땅 속에서 무언가를 파헤친 듯 돌무더기도 쌓여 있습니다.
이 곳에 있던 것은 다름아닌 팽나무.

불과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서 있던 나무가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인근 주민>
"퐁낭이 없어지고 경계담도 허물어져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가보니까."

인근에 있는 다른 임야.

<조승원 기자>
"여기도 없습니다."

나무는 보이지 않고 파헤쳐진 흔적만 남았습니다.

<조승원 기자>
"팽나무가 있던 곳으로 보이는 주변 식생도 모두 파괴됐습니다."

멀지 않은 곳의 다른 밭도 찾아가 봤습니다.

<조승원 기자>
"원래대로라면 여기 나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없습니다."

포장된 도로에 중장비가 다녀간 흔적이 선명합니다.
나무가 뽑힌 커다란 구덩이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푸른 잎이 풍성하던 팽나무가 자라던 곳인데
나무 뿌리와 가지만 남아 나뒹굽니다.

<인근 주민>
"이 밭에서 2그루 정도 없어졌고. 저쪽으로 가면 저기도 없어졌고..."

문제는 누군가가 임야나 밭 주인 모르게
나무를 뿌리째 뽑아갔다는 것입니다.

현행 법에 따라 지목이 전으로 돼 있을 경우
나무 굴취에 따른 제재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목이 임야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행정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나무를 뽑거나 베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뽑힌 임야에
이 같은 허가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법 굴취된 것입니다.

최근 이렇게 사라진 팽나무가
한림읍 지역에서만 60여 그루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일부 비양심 조경업자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자기 땅이 아닌 남의 것을 갖고 무단 벌채해서
다른 데 넘겨서 이익을 본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주 자생 팽나무는 곧게 뻗지 않고
다채로운 멋을 뽐내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게
조경업체 측의 설명입니다.

<조경업자>
"울퉁불퉁한 맛이 있습니다. 천만 원 이상 가는 것도 많이 있죠."

실제로 지난해에도 팽나무를 뽑아 빼돌린 일당이
무더기로 형사처벌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행정과 수사당국이 이 같은 행위를 적발하고
처벌로 연결하기까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무를 몰래 뽑은 뒤 옮겨 심고 반출하는 모든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돼 적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행정이 최근 3년 동안 적발한
무단 굴취 건수는 2건에 불과합니다.

<송덕홍 / 제주시 산림보호팀장>
"주변사람들이 알아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수사도 편한 상황으로 가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동경로 파악 등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늘날 제주 숲의 형성과 발달에 기여한
노거수 가운데 8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제주 팽나무.

<조승원 기자>
"가치 있는 팽나무가
누군가의 불법적인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이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기자사진
조승원 기자
URL복사
프린트하기
종합 리포트 뉴스
뒤로
앞으로
이 시각 제주는
    닫기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제보가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뉴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로고
    제보전화 064·741·7766 | 팩스 064·741·7729
    • 이름
    • 전화번호
    • 이메일
    • 구분
    • 제목
    • 내용
    • 파일
    제보하기
    닫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