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섬 제주에서 평균 연령이 83살의 6형제가 건강하게 고향을 지키면서도 돈독한 형제애까지 자랑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제주 4.3 등 모진 세월을 겪어온 이들 형제들의 장수 비결을 이정훈 기자가 소개합니다.
마을 주민들에게 장수 집안으로 알려진 고형추 옹의 형제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1929년에 태어나 올해 92살인 맡형인 고형추옹과 여섯번째인 막내 동생과이 나이차는 무려 23살입니다.
형제가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천상륙 작전 등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운 첫째와 둘째 형은 집안의 자랑거리였습니다.
<고형호 / 여섯째 (69세)>
"우리 집에는 2명의 형제가 생존해 계시고 둘째 형님은 (국가유공자다라고) 하면 나를 부러워하고요."
희끗한 머리에 깊게 패인 주름살 만큼이나 이들 형제들도 모진 세월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6.25와 4.3이라는 광풍 속에서도 크게 다친 곳 없이 자신들을 지켜준 것은 역시 가족들이었다고 말합니다.
<고형원 / 셋째 (87세)>
"우리 (형제들은) 겁나서 잠을 집에서 못잤어요. 동네에 작은 굴이 있었는데 그 속에 들어가서 살고..."
형제 가운데 누구도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을 만큼 80년 간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장수 비결은 남다른 가족사랑입니다.
하루에 한 끼라도 먹으면 다행인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입 하나라도 덜기 위해 동생들에게 배고품을 숨긴 형들의 지극한 동생사랑은 만날때마다 꺼내 놓는 단골 이야기입니다.
<고형근 / 넷째 (84세)>
"그만큼 먹고 살기가 힘들었었고 한편으로는 창피스러워 이렇게 저렇게 살아왔다고 말하는 것이 자랑할 것은 못돼죠."
힘들었던 어린시절부터 서로에게 버팀목이 됐던 형제들은 100세를 앞둔 지금도 한 마을에 살면서 각별한 형제 사랑을 자랑하며 장수의 섬 제주에 또다른 미담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고형추 / 첫째 (92세)>
"우리도 형제간의 우애가 좋지만 우리 자식들, 특히 조카들이 하는 것 보면 더 좋아요. 우리보다도 더 우애가 더 좋으니까 살 맛이 납니다."
kctv 뉴스 이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