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특별법 개정으로 제주 4.3 사건이 완전한 해결을 위한 단계를 하나둘 밟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사적인 순간을 공유하지 못하고 여전히 한을 풀지 못한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뒤틀린 호적으로 인해 복잡한 가족사를 안고 살아가는 호적불일치 유족들입니다.
KCTV 뉴스는 4.3 74주년을 맞아 호적불일치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현재까지 조사된 실태를 보도합니다.
김수연 기잡니다.
4.3 당시 발생한 인명피해는 3만여명.
당시 인구의 10분의 1입니다.
무차별적인 학살은 가족의 해체로 이어졌고 다양한 형태의 비극을 낳았습니다.
10대부터 30대 사이의 젊은 희생자가 70% 이상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출생신고나 혼인신고 등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사회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짜 호적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큰아버지나 삼촌, 할아버지의 자식, 심지어는 다른 성씨로 입적되면서 전혀 다른 가족관계에 오른 사례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김종민 / 국무총리실 4.3 위원회 위원>
"옛날에는 초등학교를 들어갈 일이 생겼다 그런 어떤 공적인 일이 생겼을 때 호적을 등재하지 그렇게 태어나자마자 호적 등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4.3 사건 와중에 부모가 돌아가셨을 경우 나중에 학교에 들어가게 될 경우 호적 등재를 하는데 친부모가 안 계시니까 할 수 없이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아니면 그조차도 다 돌아가셨을 경우에 먼 친척의 자식으로 입적을 하게 되죠. 그래서 호적 불일치가 발생하게 된 겁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제대로된 보살핌도 없이 살아온 유족들.
교육의 부재와 정체성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등은 온전히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었습니다.
<이정숙 / 74세>
"돈 없는 것도 서럽지만 부모 없다고 나무라는 거 그거 견딜 수 없이 아픈 거..."
<오화선 / 4.3연구소 자료실장>
"호적만 친척 밑으로 올라가 있지 보살핌이라는 걸 받지를 못한 경우였습니다. 그러면 이제 자기 혼자 먹고 사는 생계 문제들을 해결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 배움의 근처를 가보지 못하는거죠.
그래서 정보의 접근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거예요. 교육수준이 낮음으로 인해서 나중에 경제 활동까지 영향을 미쳐서 굉장히 어려운 생활을 하는 걸 많이 봤습니다."
지난해 제주 4.3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묻혀 있던 4.3 유족들의 가족사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4.3 유족회가 처음으로 가족관계 불일치 실태를 조사했는데 현재까지 70여 건의 사례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미 7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난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일부일 뿐, 더 많은 사례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호적 불일치 유족 대부분이 당시 영유아로 희생된 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뒤틀린 가족관계를 증언해 줄 이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김은희 / 4.3 연구소 연구실장>
"저희가 만난 분들이 70여명이 됐는데 그보다 더 많은 분들이 계실 거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이제 안타까운 것은 너무 연세가 많아서 이미 돌아가셨거나 그럼 그 자제분들이 해야 하는 일들인데
자제분들은 그런 여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대를 거쳐버리면 그게 역사가 되어버리는 그런 상태라서 지금 현재 당사자가 살아계신 그런 분들만 이제 가능하다는 거예요."
뒤틀린 가족관계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아온 유족들.
4.3 호적불일치 유족들의 가족사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KCTV 뉴스 김수연입니다.
김수연 기자
sooyeon@kctv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