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방관 순직사고가 발생한 감귤 창고와 유사한 건축물이 제주도내에 1만 2천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화재 등 재난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화염 속에서 길이 13미터, 무게 9톤의 창고 콘크리트 처마가 무너집니다.
지붕과 외벽을 지탱하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수백도의 온도에 노출되면서 불과 10여 분 만에 강도가 약해져 붕괴된 겁니다.
수직으로 추락한게 아니라 한쪽으로 쏠리면서 창고에서 1.8미터 떨어진 곳에서 불을 끄던 소방관이 변을 당했습니다.
[김영호 / 제주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이 박리가 되는 부분들이 오래된 건물일수록 범위가 넓고 그래서 강도가 약하다 보니 사람이 다칠 수 있는 개연성이 아주 큽니다. 화재가 난 부위도 예측할 수 없어요. 원래 출발 자체가.. 왜냐하면 지금처럼 튼튼하게 짓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까."
감귤 창고 등으로 쓰이는 이런 건축물들은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둥이나 철근 없이 콘크리트와 돌로 쌓은 외벽 위에 목재나 함석으로 지붕을 올리고 콘크리트 처마 등으로 마감한 형태입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창고 대부분은 외벽에 금이 가 있거나 지붕 일부는 이미 허물어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처럼 위태롭습니다.
벽체에 콘크리트를 2중 3중으로 덧댄 기형적인 구조물도 있습니다.
우후죽순 생겨난 이 같은 창고는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붕부터 먼저 붕괴됩니다.
3백도 이상의 열이 가해질 경우 급격한 온도차로 인해 콘크리트 구조물이 떨어지는 박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용원 기자]
"노후 창고처럼 화재나 재난에 취약한 유사 건축물은 1만 2천 개소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안전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00 제곱미터 내외 소규모 창고 시설은 안전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행정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무허가 시설들은 얼마나 노후되고 재난에 취약한 지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행정시 관계자]
"그런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안전 관련) 법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없어서 건축주가 스스로 해야 하는 거예요."
순직 사고를 계기로 소방은 창고 가운데 카페나 소매점 등으로 용도 변경한 시설물 160 여 곳을 대상으로 현황 관리와 예방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유사 건축물 1만 2천여 개소의 1%에 불과해 나머지 99%는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김영호 / 제주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건축 관련 부서가 화재가 날 것을 대비해서 예방 대책으로 그런 데이터를 우선 정리해야 해요. 정리가 되면 소방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는 차후 문제예요. 그 정도까지만 해도 진일보한 거니까. 제가 봤을 땐."
순직 사고를 계기로 노후 창고 같은 위험 시설물 재난에 대비한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영상취재 김용민, 그래픽 박시연)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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