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과 산불 위험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제주들불축제의 오름 불 놓기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불 놓기 행사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진통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지우 기자입니다.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새별오름을 태우는 불 놓기 행사를 앞세워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환경보호 중요성과 산불 위험이 커지면서 불놓기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나아가 축제 존폐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결국 제주시는 내년 축제부터 빛과 조명 등으로 불을 형상화해 불놓기 행사를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달집태우기는 소규모 불로 진행해 축제의 정체성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강병삼 / 제주시장]
"축제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더한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오름 불 놓기를 대체하는 콘텐츠를 구현하겠습니다."
축제장 일부는 시대 변화에 맞춰 캠핑과 록페스티벌, 라이브커머스, 불멍 등 시민 참여 공간으로 꾸며집니다.
또 제주 문화와 역사 자원을 활용한 공연, 놀이 콘텐츠를 방문객들에게 제공합니다.
제주시는 시민기획단 논의 결과와 전국 콘텐츠 공모, 자문단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들불축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병삼 / 제주시장]
"5차례 시민기획단 회의와 5월에 진행된 전국 콘텐츠 공모 결과에서는 제주들불축제에 대한 불 놓기 구현 방식의 변화, 시민 참여의 장 마련 제주 전통문화를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 등 많은 생각과 의견들이 도출됐습니다."
들불축제의 새 방향성이 제시됐지만 실제 개최까진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애월읍 봉성리 주민들은 지난달 불놓기 행사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조례 제정을 위한 청구인 명부를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고태민 / 제주도의회 의원(애월읍 지역구)]
"들불축제의 본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도민의 대표인 의회 기관에 넘어와있기 때문에 도의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수용성을 따라서 들불축제 추진 여부를 가려야 된다, 콘텐츠도 가려져야 한다."
제주시는 주민 발의 조례 제정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앞으로 검토 과정에서 법률적, 정무적 판단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축제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모두의 동의를 얻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시장 임기 마지막 즈음에 발표한 제주들불축제 기본계획이 새로운 시장 취임과 맞물려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KCTV뉴스 김지우입니다.
(영상취재 김용민)
김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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