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원자폭탄 피해 생존자 8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금까지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제주 원폭 피해자 실태조사와 생활 수당 지급 등을 담은 지원 조례 제정이 추진되면서 늦게 나마 피해회복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재봉틀을 돌리며 옷 수선을 하고 있는 85살의 박세철 할아버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박 할아버지는 1945년 원폭 참사 당시의 악몽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박세철 / 원자폭탄 피해자(85세)]
"아버지가 나를 업고 하수구 속을 기어들어 간 거야. 방공호 있는 곳으로 나는 목이 잡혀서 아버지, 아버지 부른 기억이 나. 앞은 전부 불바다야..."
구사일생 목숨은 건졌지만 두 다리는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었고 평생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박세철 / 원폭 피해자(85세)]
"겨울 되면 발이 엄청 시려요. 쇳덩어리 한가득이야. 막 쑤셔. (원폭 피해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될 리가 없잖아."
제주 지역 원폭 피해 생존자 8명은 일본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공식 인정받아 의료비 등을 전액 지원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주도에서는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고 관련 실태 조사나 지원 대책은 전무했습니다.
서울이나 부산, 경상도 등에서 자체 조례를 제정해 지원에 힘쓰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정원술 / 한국원폭피해협회장]
"부산, 경북, 대구, 서울 큰 도시에 다 생겼는데 일부 소수 도시나 피해자가 몇 명 안 사는 곳에서는 아직까지 조례가 없어서 아직까지 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주 지역 원폭 피해자들을 위한 법 정비가 뒤늦게 이뤄질 전망입니다.
실태조사와 사망 피해자에 대한 추모 사업, 그리고 소정의 요양 또는 생활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원폭 피해자 지원 조례안이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발의돼 7월 임시회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경미 / 제주도의회 의원]
"일단 원폭 피해자가 지금까지 생존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해서 함께하지 못했던 뒤늦은 조례라는데 먼저 반성하게 되고 후대가 이분들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생활 보조수당을 넣는 그런 조례를 발의하게 됐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조명받지 못했던 제주 원폭 생존자들을 돕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면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이뤄질 지 주목됩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영상취재 좌상은)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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