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잃고 연좌제 시달리고"…"기록 남겨야"
이정훈 기자  |  lee@kctvjeju.com
|  2025.03.2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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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7주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4.3의 아픔과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족이 상당합니다.

4.3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평생을 연좌제에 시달리던 임충구 어르신은
아버지의 무죄 선고를
이끌어내기까지 그야말로 통탄의 세월이었습니다.

이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여든을 앞둔 임충구씨는
4.3당시 행방불명된 아버지의 얼굴은 희미하지만
그와의 마지막 밤 기억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일제 강점기 제주농업학교를 졸업한 수재로
마을 주민들로부터
신망을 받던 그의 아버지는
자신과 누이동생에게
어머니의 말을 잘 듣고 지내라는 당부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녹취 임충구 / 4.3희생자 유족 ]
"아버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나면 야 충구야 누이와 싸우지 말고
엄마 말 잘 듣고 살고 있어라"


그렇게 아내와 자식 곁을 떠나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의 행방을 알게 된 것은 반세기가 훌쩍 지난 2000년입니다.

4.3특별법 제정에 맞춰 수형인 명부가 공개되고
행방불명됐던 아버지가
지금의 제주공항에 학살 암매장됐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아버지가 행방 불명되고
서북청년단으로부터 이어지는 협박 속에
남은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눈을 피해 남에 집에 자식들을 맡기며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어머니 마저
6.25 발발 직후 예비 검속으로 경찰에 끌려가 희생됐습니다.

졸지에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떠돌며 고생 끝에 중학교를 마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건설업체를 운영하며 성공한 사업가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연좌제는 그의 평생을 따라 다녔습니다.

공무원 임용고시에 합격했지만 발령은 기약이 없었고
사업차 해외 출장을 갔어도
국가 정보기관의 감시가 늘 따라 다녔습니다.

[녹취 임충구 / 4.3희생자 유족 ]
"홍콩에서 1박을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호텔 문 밑에 메모지가 있어요. 펴보니 여기서 만나는 사람 이름을 자세히 다 적고 귀국하면 제출하라. "





끝나지 않은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임충구씨를 투사로 만든 것은
제주 4.3에 대한 왜곡 시도였습니다.

2022년 검찰이 극우 단체의 자료를 근거로
4.3수형인 특별재심 신청자 가운데
일부에 대한 사상 검증을 한다는 보도를 접한 그는

재판부에 장문의 글을 쓰며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진실 알리기에 나서며
결국 최종 무죄 선고를 이끌어냈습니다.

평생을 옭아맨 연좌제 트라우마를 이겨낸 임충구씨는
작은 바람을 밝혔습니다.

4.3의 가해자를 밝히고
책임을 꼭 묻는 기록이 남겨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아닌
후세들에게 올바른 4.3교육을 위한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임충구 / 4.3희생자 유족 ]
"정권은 유한하고 진실은 가려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밝혀질 겁니다."



kctv뉴스 이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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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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