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제주인3> 일본 속 제주인 '보금자리', 산보람을 가다
김용원 기자  |  yy1014@kctvjeju.com
|  2026.10.05 23:16
         재일제주인 1세대는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손과 발이 돼 30년 넘게 온기로
채워가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 이쿠노구에 있는
재일제주인 민간 요양시설인 '산보람'을 다녀왔습니다.

김용원 기잡니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령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습니다.

서툴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납니다.

대부분 90세 이상 고령의 어르신들로
고향 제주를 떠나
일본 오사카에서 반평생을 살아온 1세대 제주인들입니다.

수십년 전 떠나왔지만
고향 제주에 대한 기억 그리고 제주어는 아직도 또렷합니다.

1952년, 4.3을 피해 제주에서 넘어온
고계춘 할머니도 여전히 고향 제주 마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계춘/재일제주인(97세)>
"제주 4.3 사건 알아요. 그땐 제주도에 있었어요. 제주에서 잠수? 해녀 일을 했어요."

재일제주인 1세대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산보람 시설은
재일제주인 3세가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50명 넘는 어르신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90% 이상은 제주 출신입니다.

밀항자, 이민자의 신분 속에서
연금 혜택에서 배제된
1세대들을 돕기 위해 시설이 만들어 졌습니다.

<고경일 / 재일제주인 요양시설 산보람 이사장>
"계기가 된 건 우선 고령자분들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오신 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문화나 습관, 언어, 식생활 등이 일본 분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분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30년 전 저희 선배들이 주축이 돼 이 시설을 만들게 됐습니다."

재일제주인 1세는 재일한인 3세가 돌보고 있습니다.

산보람 시절 직원 총 20여 명 가운데 80%가 재일동포입니다.

자택 이동 서비스부터 목욕과 식사, 친목 활동까지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돼 주고 있습니다.

연고가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 9명은
시설에 살면서 24시간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갈수록 일본 요양 보험 수가가 줄어들면서 경영이 힘들어지고
인력도 줄어드는 어려움 속에서도
시설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경일 / 재일제주인 요양시설 산보람 이사장>
"정말 당시 차별과 빈곤 속에서도 그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왔던 분들입니다.

1세대분들께서 그동안 겪어오신 노고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도 조금이나마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산보람을 계속 운영해 나가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일제주인 1세대를 위한 작지만 소중한 보금자리.

이를 지키려는 후대의 의지 만큼
고향 제주로부터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합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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