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만든 대표적인 전쟁 유적지인 가마오름 진지동굴 내부가
일부 붕괴되는 등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그동안 뒷짐을 지고 있던 제주도가 뒤늦게서야
안전진단에 나섰습니다.
이정훈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가마오름 동굴진지입니다.
동굴을 떠받치고 있던 갱목 곳곳에 하얗게 곰팡이가 피어올랐습니다.
천장 군데 군데에도 곰팡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잘 보이지 않던 곰팡이가 이처럼 빠르게 번진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도가 2년 전부터 안전상의 이유를 내세워
동굴 출입을 막아놨기 때문입니다.
[ 브릿지 이정훈기자]
"안전상의 이유로 이렇게 폐쇄됐지만 2년 넘도록 안전진단은
단 한번도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장시간 출입구가 막혀 공기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곰팡이 서식에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겁니다.
심지어 동굴 내부 천장이 무너져내려 주요 관람로가 막힌 곳도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올 봄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가마오름 일대서 중장비를 동원한 대규모 소나무 벌목이 이뤄지면서 영향을 줬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강우남 / 한경면 청수리개발위원장 ]
"재선충병 제거작업하면서 큰 포크레인이 몇번 드나들다보니까 중력을 못이겨서..여기와서 한번 보지 않고 몇번 얘기해도 들은척도 안하고..."
이런데도 관리감독을 맡은 제주도는 제대로 현장 상황을 파악 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2년 동안 단 한차례 안전진단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폐쇄조치 이유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화녹취 제주도 관계자]
"2013년도에 (박물관측이) 매각하겠다고 해놓고서 안하니까 동굴을
관람이나 관리할 수 없고..평화박물관을 통해서야 관리할 수 있거든요."
문화재청 역시 제주도가 위탁관리를 맡고 있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합니다.
[문화재청 관계자]
"저희가 (그 곳을) 관리단체로 제주특별자치도로 지정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제주도에 문의하시는게... "
2년 전 경영난에 시달리던 전쟁역사평화박물관이 일본에 팔릴 위기에 놓이자 제주도와 박물관측은 매입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매각 감정가를 놓고 대립하다 결국 문화재청이 진지동굴만을 매입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이후 문화재청으로부터 위탁 관리를 맡은 제주도는 급기야
진지동굴에 대해 폐쇄조치를 내렸고
박물관측은 반쪽 뿐인 박물관 운영으로 다시 경영난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뒤늦게 진지동굴에 대한 현장 조사와 함께
안전 진단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래 세대들에게 소중한 역사 교육장인
제주의 문화유산이 행정당국의 무관심에
원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KCTV 뉴스 이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