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찜통 더위에 미소보다는 먼저 짜증부터 내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이 늦깎이 공부로 새로운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황혼의 만학도를 이정훈기자가 기자가 만났습니다
제주시내 한 야학교입니다.
선풍기가 쉴새없이 돌아가는 교실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른들이 공부가 한창입니다.
다가온 검정고시를 준비중입니다.
올해로 76살이 오홍문 할아버지 역시 늦깍이 학생입니다.
6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을 돌보느라 공부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인터뷰 오홍문 / 중졸 검정고시 응시생 (76살)]
"입학시험을 봤는데 수업료를 못내니까 학교를 다닐 수가 없잖아요. 그 옛날에는 그렇게 돈이 귀했고 못 살았어요."
결혼 이후에는 자식들 뒷바라지 때문에
평생을 일에만 매달려왔던
오 할아버지는 60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배움에 길에 들어섰습니다.
가족 뒷바라지에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배움의 기회를 놓친 것은 가슴 속 응어리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홍문 / 중졸 검정고시 응시생 (76살) ]
"저는 제일 어려운 것이 영어인데 그것도 한단어 두 단어 공부하다 보니 알게되는 것도 있고 잊어버리지도 않고 이렇게 재미있구나 생각하고요. "
최고령 나이에 올 초 치러진 중학교 졸업 검정시험에 떨어진 이후에도
배움의 길 앞에서는 포기를 모릅니다.
[인터뷰 김경륜 / 동려평생학교 교사]
"2년 동안 단 한번도 결석하지 않은 성실한 분이에요. 수업시간에도 항상 집중하고 질문을 많이 하셔서 주변 공부하시는 분께 귀감이 되시죠.
그저 배움이 좋아 시작한 공부는 어느덧 오 할아버지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 그 결실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시작된 한 만학도의 도전에서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KCTV 뉴스 이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