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눈치봐야 건너는 횡단보도 '위험천만'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19.12.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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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미루 기자>
"운전자들에게 안전띠가 생명줄이라면,
보행자들에게는 이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곳에 신호등이 없어서
길을 건널 때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카메라포커스에서 현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제주시내 중심가의 왕복 4차선 도로.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습니다.
길을 건너는데 차는 정지선을 넘어서야 겨우 멈춥니다.
한 남성은 차를 피해 도로 중간에서 오도 가도 못합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을 때
차는 무조건 정차해야 하지만,
무시되기 일쑤.

인근의 다른 횡단보도도 무법지대가 됐습니다.

<변미루 기자>
"이 교차로에는 8개의 신호등이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모두 꺼져 있어서
아무런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고,
차를 피해 잽싸게 뛰어가거나
심지어 차도로 밀려나기도 합니다.

직접 건너봤습니다.

보통 속도로 걸었는데
빨리 가라는 듯 경적을 울립니다.

<안지은, 장민지 / 대학생>
"매우 위험해요. (진짜 차에 치일 뻔 했어요.)
맞아 맞아. (바로 앞에 트럭 지나가고)
엄청 세게 지나가서 멈추질 않아요. 차들이."

<김동건, 강태영 / 대학생>
"서로 다 바쁜 길 가는데, 그 와중에 사고나는 것도 많이 봤고."
"지나가는 차들도 급해서 양보할 생각이 없어가지고
확실히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이 일대 800m 구간에 횡단보도는 모두 7개.
그런데 신호등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신호등 없는 곳에서의 사고 발생률은
전체 횡단보도 보행자 사고의 68%.
전국에서 제주가 가장 높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은 더 위험합니다.
차가 멈추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고,
길을 건너는 도중에도 차가 쌩쌩 지나갑니다.

<김레이리, 김링고 / 초등학생>
"위험한 것 같아요. (어떤 게?) 가려고 하는데 계속 안 멈춰주고,
가고 있는데도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신호등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학부모들은 매일 노심초사 합니다.

<강선영 / 학부모>
"아이들은 상당히 많은데 차들도 굉장히 많아요.
여기서 항상 픽업을 하거든요. 길을 건너면 위험할까봐."

제주시내 초등학교 10곳을 돌아다녀봤더니
무려 7곳에 신호등이 없었습니다.

운전자들이 정지선에 멈춰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지만,
인식 수준은 낮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이 실험을 해봤더니
사람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운전자 10명 가운데 단 1명만
보행자에게 통행을 양보했습니다.

<이철훈 / 한국교통안전공단 제주본부 연구원>
"예상했을 때는 운전자의 30~40%는 양보를 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10% 정도만 양보를 해주셔서 조금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면 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횡단보도 위에서 차와 사람이 뒤죽박죽 엉킵니다.
오토바이가 보행자 바로 앞까지 위협적으로 다가옵니다.

<최삼환 / 제주시 연동>
"차가 사람을 무시해서 그런지 몰라도
자기 우선적인 것 같아요. 운전하시는 분들이."

<김경하 / 제주시 연동>
"여기 신호등 있어야 됩니다.
사고가 제가 알기로 한 15번이 났어요."

너무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신호등도 없는데 가로등마저 고장나버렸습니다.

<변미루 기자>
“이렇게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인데
횡단보도 주변이 상당히 어둡습니다.
따로 조명을 켜지 않으면 사람의 모습을
구분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며칠 전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직진하던 차에 치인 50대 남성.

사고 이후 허리와 어깨에 통증이 심해
제대로 걷기가 힘듭니다.

그는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두렵다고 말합니다.

<교통사고 당사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무섭긴 하겠죠.
운전하시는 분들이 정지선에서 정지를 해줘야 하는데,
원래 운전면허시험 볼 때도 그 선을 넘어가면
탈락, 무조건 정지해야 된다. 그게 원래 맞는 답이거든요."

지난 5년간 도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1000여 건.

이로 인해 모두 36명이 숨지고 1082명이 다쳤습니다.

<변장선 / 제주교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운전자도 내리면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의 안전이 우선인 거고,
또 상대적 약자인 보행자를 우선해야 된다는 것이
교통의 기본입니다.
조금 더 빨리 (신호등이) 시설돼서
운전자들이 항상 횡단보도 건널 때는 불편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보행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신호등.

이 기본적인 안전시설이 없는 곳에서
보행자들을 위한 공간인 횡단보도는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오늘도 사람들은 이렇게 위험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습니다.
차가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인 보행자 중심 체계,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요? 카메라 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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