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취재수첩] 제주 4· 3길, 개통만 하면 끝?
변미루 기자  |  bmr@kctvjeju.com
|  2021.04.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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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앵커>
이번주 카메라포커스는 제주 4·3길의 부실한 관리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취재기자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변미루 기자! 먼저 4·3길을 모르는 분도 많을 것 같은데, 설명해주시죠.

<변미루 기자>
네. 제주도가 4·3을 테마로 조성하고 있는 일종의 역사·관광 콘텐츠입니다.

지난 2015년 서귀포시 동광마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6개 코스를 개통했습니다.

4·3 유적지나 관련된 장소를 코스로 엮어서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벌써 생긴 지 6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기대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오유진 앵커>
실제로 4·3길을 돌아보니까 어땠습니까?

<변미루 기자>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 6개 코스를 빠짐없이 둘러봤는데요. 전체적으로 한산해서 여유롭게 걷기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놀랐던 건, 같은 4·3길 탐방객을 길에서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건데요.

혹시나 마주치는 분들한테 물어보면, 여기가 4·3길인지 몰랐다는 관광객이나 올레꾼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다는 거죠.

실제로 4·3길 탐방객 수를 좀 볼까요? 지난해를 기준으로 각 코스마다 연간 300에서 800명에 그쳤습니다. 하루에 한 두 명 정도 다녀간 건데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올레길과는 대조적입니다.


<오유진 앵커>
리포트에서 보니까 관리도 엉망이던데, 왜 이런 겁니까?

<변미루 기자>
개통만 하고 관리에 손을 놨기 때문입니다.

현재 4·3길 관리는 도에서 총괄을 맡고, 마을마다 해설사를 1명에서 3명씩 배치해서 맡기고 있는데요.

이 분들이 상시 근무도 아니고, 자원봉사 형태로 예약된 분들만 안내해주는 체계거든요.

그러니까 막상 탐방객들이 4·3길을 갔을 때,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할 센터는 문이 닫혀있고, 지도 한 장 없이 탐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 적어도 길이라도 잘 돼 있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안 되는, 이런 총체적인 관리 부실인 거죠.

몇몇 해설사분들은 행정에서 너무 무관심하다. 시설이 파손돼서 지원 요청을 해도 반영이 안 된다. 심지어 사비까지 들여서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런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유진 앵커>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변미루 기자>
그렇습니다. 계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요.

지금처럼 해설사들한테만 맡겨놓는 게 아니라, 행정과 마을이 함께 참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나마 관리가 되고 있는 곳들을 보면, 마을이 비교적 적극적인 곳들이거든요. 또 무엇보다 콘텐츠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게 중요한 데요.

지금처럼 4.3과 무관한 엉뚱한 코스들로 길을 채울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녹여낸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알맹이를 채워서, 4.3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는 이름을 붙인 공공의 길이, 이름뿐인 길로 남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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