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삼춘이라 불리는 마을의 어르신들이 직접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이 책으로 출판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서광서리에서는 문화도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출간된 책이 전시에 들어갔고 한 독립출판서점에서는 첫 책으로 마을의 어르신들의 그림을 담아 출간했습니다.
허은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송창석 / 기억이 주렁주렁 中>
"골갱이로 돌을 굴려 밑에 숨어있는 주넹이를 잡는다. 재수가 좋은 날에는 100마리 이상 잡은 날도 있다. 주넹이를 잡다가 물려서 손이 퉁퉁 부어 올랐다."
서귀포시 서광서리 마을의 송창석 어르신이 직접 쓰고 그린 그림 이야기 책의 한 부분입니다.
마을회관 한편 노란 감귤 상자를 쌓아 마련된 전시공간엔 송 어르신뿐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과 책이 전시돼 있습니다.
서귀포시 문화도시조성사업의 '마을 삼춘 그림 이야기 책' 프로그램을 통해 11권의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르신들은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10개월 동안 매주 수업을 받고 때아닌 숙제도 해야했습니다.
어쩌면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마을 삼춘들은 그렇게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김경희 / 서광서리 직전 부녀회장>
"'오늘 밭에 갔다 와서 지치고 안 갈래' 하시면 '그래도 삼춘 와야 됩니다'라고 하면 꼭 오시고…. 오늘로 어르신 그림책 학교 끝났다고 하면 끝났냐면서 너무 아쉬워하는 모습들이…."
<송창석 / 서귀포시 서광서리>
"만들어서 보니까 과연 나도 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자식들이나 손주들한테 한 권씩 주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서귀포시의 한 독립출판서점.
조금은 서툰듯 하지만 멋들어진 그림들이 액자에 담겨 있습니다.
코로나로 바깥 활동이 어려웠던 어르신들이 동네 책방에 삼삼오오 모여 그린 그림입니다.
이 그림들은 마을 어르신들의 소박한 수다를 옮긴 글과 함께 그림책으로 출간됐습니다.
<오신춘 / 서귀포시 서호동>
"손주들한테도 할머니가 살아 있을 때 그림을 그렸다 해가지고 보여주고 싶어요. 책으로까지 나왔으니까 너무나 기쁘고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가 글과 그림으로 기록되고 전달되며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KCTV 뉴스 허은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