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어디로 가요?"…불안한 지진 대피 시설
문수희 기자  |  suheemun43@kctvjeju.com
|  2021.12.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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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희 기자>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게 안전한 장소로 신속히 대피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지진이 났을 때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까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취재해 보겠습니다."

지진이 발생할 때 건물 붕괴 등의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지진옥외대피소.

그렇다면 정말 대피소는 안전한 걸까?

지난 14일 발생한 지진으로 큰 공포감을 느꼈던 서귀포시 대정읍.

지정 대피소인 대정초등학교로 가봤습니다.

건물 곳곳에 균열이 가고 한눈에 봐도 낡은 학교 건물.

지어진지 100년이 지나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습니다.

관련법에 따르면 지진 대피소는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파손 위험이 있는 건물로부터 전체 높이 1.5배 떨어진 곳에 위치해야 합니다.

대피소 지정 조건 조차 충족되지 않는 상황.

<학교 관계자>
"학교 건물은 아무래도 지은지 오래되니까 이번처럼 4~5 규모 지진이 났을 경우에 (구조물이) 낙하했을 경우에 위험성이 있지 않을까요?"

다른 대피소는 어떨까?

<문수희 기자>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 인데요. 이렇게 인근 지진 대피소를 안내해 줍니다. 여기 제 주변에 '대정중학교'가 지정돼 있는데 이 곳의 상황은 어떤지 한번 가 보겠습니다."

철조망 뒤에 설치된 지진대피소 알림판.

글자가 가려져 이 곳이 대피소인지 알기 쉽지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대피소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숩니다.

<대정읍 주민>
"(대피소 어디있는지 아세요?) 몰라요. (다음에 지진 발생하면 어디로 대피하실 거예요?) 글쎄요. 알아봐야죠."

<차봉도/ 서귀포시 대정읍>
"(정부가 동네마다 대피소 지정한 사실 알고 계세요?) 없어요. 그런거 없어요."

수용 능력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정읍 지역에 위치한 지진옥외대피소는 모두 3곳.

수용 가능 인원은 5천 6백여 명으로 대정지역 전체 인구의 1/4 수준에 그칩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한림읍 종합경기장은 마을의 유일한 지진대피솝니다.

읍내와 멀리 떨어진 주민들이 지정된 대피소로 대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유정 / 제주시 한림읍>
"한 20분. (집이) 수원초등학교 바로 밑에 있어요. 공설운동장은 저쪽에 있잖아요. (지진이나 긴박한 상황에서 걸어가기 먼 거리예요?) 그렇죠. 멀죠."

<김순하/ 제주시 한림읍>
"버스타도 몇 정거장이냐...하나, 둘, 셋, 넷, 다섯 정거장 가야하는데...대피 못해"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생각해낼수 있는 다음 지진 대피소는 민방위 대피소 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규정과 달리 평소 문이 잠겨 있고 대부분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자칫 이런 대피소로 대피할 경우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는 상황.

대피소에 대한 모호한 기준과 안내 부족이 문제인 이유입니다.

<제주시 이도동 주민>
"국가에서 어떻게 피신하시오, 라고 말을 해줘야죠. (대피소 위치)문자를 한 번 보내봤냐고...단지 지진 일어난 것만 문자를 보냈지."

지진으로 인해 재산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임시 보호시설도 점검해 봤습니다.

임시보호시설로 지정된 서귀포시 한 마을회관.

1층은 이미 지역 아동센터와 민간에 임대해 상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층은 문조차 닫혀 있습니다.

지진이 나면 시민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지정된 공간이지만 내진 설계도 안됐습니다.

<○○마을회관 관리자>
“(여기가 재난임시거주시설로 등록돼 있더라고요. 발생하면 어떻게 사용해요?) 지진이 나봤어야 알거 아닙니까? 리사무소는 안 무너집니까? 건물이 20년 넘었는데 무너질건데...”

둘러본 다른 임시 보호시설 역시 관리와 내진설계가 안돼 사용이 불가한 곳이 대부분 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진 피해에 대한 경각심 부족이 안일한 대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동우 / 제주대교수>
"사람들 사이에 지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이고요. 우선은 지진의 위험성을 알리는 게 필요하고요. 지진 피해가 실제 포항과 같이 전도시적으로 발생했을 경우 어떤 식으로 대피해야하는지, 대피 대책은 어떻게 되는지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수희 기자>
"대피 시설을 둘러보니 지금 당장 지진이 발생하면 안전히 대피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주 역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만큼 대피소 개념의 재정립과 정비가 시급합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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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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