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마을은
개발과 환경 변화 속에서 빠르게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과정까지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요.
드론과 3D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라져가는
제주 마을의 공간과 문화를 기록하는 청년 건축가가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제주시 애월읍의 한 해안가.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을 견뎌온 성벽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애월진성.
5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을을 지켜왔지만
개발과
도시화의 영향으로 대부분 사라졌고
지금은 학교 담장 옆 일부 구간만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드론 한 대가 천천히 하늘로 떠오릅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촬영 위치를 조정하는 사람은 청년 건축가 김현준 씨.
드론 카메라에는
지상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성벽의 흔적과 주변 지형,
마을의 공간 구조가 한눈에 담깁니다.
김 씨는 단순히 아름다운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애월진성의 현재 모습을
미래 세대에 남길 수 있는 데이터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 씨의 사무실에서도 작업은 이어집니다.
대형 모니터에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띄워져 있습니다.
컴퓨터 화면에서는 성벽이 입체적인 3D 모델로 구현됩니다.
촬영한 데이터를 분석해
정확한 위치와 높이, 형태를 기록하고
공간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입니다.
360도 영상과 3D 스캔 기술을 활용하면
실제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가상 공간도 만들 수 있습니다.
훗날 유적이나 경관이 훼손되더라도
기존 기록과 비교하거나 복원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 인터뷰 김현준 / 건축가 ]
" 개발 자원이나 자금, 관광객들이 많이 유입되는 지역에 따라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많이 느꼈고요. 그런 변화를 가만히 두고 보는 것보다는 어떤 기록이나 시스템을 적용해서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서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현준 씨는 건축가로 활동하며 제주 곳곳의 마을을 조사해 왔습니다.
설계를 위해 시작한 드론 촬영은
어느새 마을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작업으로 확장됐습니다.
수산리와 북촌리, 송당리 등 여러 마을에서
드론 촬영과 360도 VR,
3D 스캔 작업을 수행하며
제주 공간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을 골목길과 용천수, 포구, 오래된 건축물,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공간까지
제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모든 장소가 기록 대상입니다.
동일한 장소를 같은 위치와 방향에서 반복 촬영해
시간에 따른
공간 변화 과정을 축적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문종오 / 애월리 이장 ]
"애월은 문서로는 기록이 돼 있는데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힌 게 없어서 와서 그 많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나중에 후세에라도 애월이 이런 모습이었다 이런 거를 보여주기 위해서 많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개발로 사라져가는 마을의 풍경과 기억을
첨단 기술로 기록하고 있는 청년 건축가 김현준 씨.
오늘의 제주를 미래 세대에 전할
디지털 자산으로 남기려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최근 제주청년대상 혁신역량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KCTV뉴스 이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