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발굴 20주년 기획①] 70여 년 기다림 끝, 돌아온 이름 (수정)
김경임 기자 | kki@kctvjeju.com
| 2026.03.31 11:58
지난 2006년 화북동을 시작으로
제주 곳곳에서 진행된
4.3 희생자 유해 발굴사업이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수차례 진행된 작업을 통해
제주에서만 400여 구의 유해가 발굴됐는데요.
KCTV는
4.3 희생자 유해 발굴 20주년을 맞아 기획 뉴스를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로
국가폭력 희생자들이
유해 발굴과 채혈을 통해
수 십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사연을 소개합니다.
김경임 기자입니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고 사람들은 쉴새 없이 섬에 닿습니다.
하지만 이 활주로 아래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 잠들어있습니다.
<박찬식 / 제주4.3희생자 유해발굴단장>
"오래도록 이 공항의 굉음 속에서 숨죽여 땅속에 묻혀있던 유해들이 울림을 준 게 아닌가. 어찌 보면 암매장 됐던 당시의 현장을 그대로 발굴을 통해서 드러내 보이는 유해발굴이야말로. 가장 명확하게, 명징하게 실상을 보여주는 그런 진상조사가 아닌가 생각해요.
2006년부터 이어진 제주공항 4.3 유해발굴 현장.
오랜 시간 땅 속에 묻혀있던 유해와 유류품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악천후에도 이어진 작업 끝,
제주 곳곳에서 4.3 희생자 유해 발굴 사업이 진행됐고
400여 구의 유해가 확인됐습니다.
<박근태 / 제주4.3희생자 유해발굴팀장>
"바닥 면을 보는 과정에서 그 안에서 훼손된 유해들이 많이 나왔었거든요. 유해 중 단추를 갖고 있는 유해의 단추 문양을 확인했을 때 대정중학교 단추. 이런 것들이 나왔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유해 발굴 현장.
꿈에 그리던 아버지의 뼛조각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매일 같이 현장을 찾았지만 빈 손으로 돌아서야만 했습니다.
<송승문 / 4.3희생자 유족>
"저는 비행기를 타고 육지에 갈 때, 올 때 항상. 기내에서 아버지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올 때는 또‘무사히 일을 마치고 오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면서 저 혼자의 눈물을 흘렸죠. 왜? 아무런 영문도 모르고. 군경 총탄에 총살 당했어요. 그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흙이 부족하니까 이만큼 큰 암반으로 매립한 그 현장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 속 아버지 얼굴은 그날에 멈춰 있지만
기다리던 이는 노인이 됐습니다.
공항에서 발굴된 유해 2구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마침내 돌아온 아버지.
하지만 밥 한끼도 술 한잔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해진 것이 있습니다.
<송승문 / 4.3희생자 유족>
"아버지 시신이 나온 부분은 아버지의 손자, 저희 아들 2명이 채혈을 한 결과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유가족 여러분들께서 채혈을 안 하신 분들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채혈해 주십시오.”
채혈과 유전자 감식으로 가족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가족의 기억과 DNA가 만날 때 비로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숭덕 / 서울대학교 법의학연구소 교수>
“채혈을 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여기까지 왔던 면도 있어요. 왜냐하면 질이 좋은 유전자도 있지만, 그 주위에 있는 손자들이 적극적으로 (채혈에) 참여해 줘서 할아버지와 손자 관계를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도음이 많이 됐어요. 그것 때문에 발굴은 오래전에 됐지만 그 정보가 확실하게 저희가 인정할 수 있게 돼서 그래서 신원을 확인하게 된 거죠.”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은
4.3의 진상을 규명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20년 동안 제주도내 유해 발굴 지역은 19곳.
2024년 애월읍 봉성리 일대를 마지막으로
유해 발굴이 지속되는 곳은 없습니다.
<박찬식 / 제주4.3희생자 유해발굴단장>
"이 유해에 대해서 일부만 발굴된 것이고, 극히 또 일부만 유전자 감식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발굴을 하고. 유가족 채혈도 좀 더 많은 지원을 통해서, 유가족 채혈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주 4.3 행방불명 희생자는 4천 78명.
이 가운데 154명이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땅 속 어디선가
애타게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4.3 행방불명희생자 유족>
"어디, 조그마한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줬으면 참 고맙죠,”
KCTV뉴스 김경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