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해양 쓰레기와
무분별한 개발에 갇혀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건데요...
KCTV 제주방송은 오늘부터 5차례에 걸쳐
남방큰돌고래가
처한 처절한 현실을 짚어보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공존의 길을 모색합니다.
첫 순서로 폐어구에 얽히고 지느러미까지 잘려 나가며
생사의 갈림길에 선
돌고래들의 비극을 전해드립니다.
보도에 김지우 기자입니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앞바다에서
돌고래들이
무리를 지은 채 힘차게 헤엄칩니다.
수면 위로 힘차게 솟구치며
장관을 연출하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입니다.
겉보기엔 마냥 평화로워 보이지만
무리 속엔 유독 눈에 띄는 녀석이 있습니다.
등지느러미가 뭉툭하게 잘려 나간
새끼 남방큰돌고래 '쎈돌이'입니다.
지난해 12월 발견될 당시
쎈돌이는 버려진 폐어구를 온몸에 감고 있었습니다.
어린 개체에겐 치명적인 상황이었지만
살기 위해 쉼 없이 몸부림친 끝에
결국 자신의 살점과
지느러미 일부가 손상된 뒤에야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
지난 5월 또다시 낚싯줄에 걸리며
2차 피해를 입어 우려를 낳았지만
놀라운 생명력으로 또다시 스스로 폐어구를 벗어 던졌습니다.
<인터뷰 : 오승목 / 다큐제주 감독>
"이 친구가 워낙 움직임이 좋고 하다 보니까 구조는 못하고 자기 스스로 등지느러미가 잘라져 나가면서 이제 폐어구를 벗어 던진 사례입니다.성체 같은 경우면 자기들이 견딜만한 힘이 있는데 새끼 돌고래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게 모자라니까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이제 사망하는 개체도 있었고."
현재 제주 바다에는 주둥이에 낚싯바늘이 걸리거나
꼬리에 밧줄이 묶인 채 살아가는 돌고래가 5마리에 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강릉 앞바다까지 떠밀려갔던 '안목이'는
그물 유인 방식을 통해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모든 개체가
이처럼 운이 좋은 건 아닙니다.
지난 2023년 주둥이와 꼬리에
낚싯줄이 얽힌 채 처음으로 발견된 새끼 돌고래 '종달이'.
1년이 넘는 관찰 끝에 구조 작업이 진행됐지만
현장 지휘 체계 부재와
구조 방법을 둘러싼 이견 속에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종달이는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장에서 이 비극을 지켜본 전문가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뷰 : 김병엽 /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마지막에 이제 거의 이제 있을 때 바로 앞에서 그냥 이렇게 물도 무릎 있는 쪽 무릎까지 안 오는데 일단은 우리가 사람이 빠지든 뭐든 동물이든 뭐든 바로 이게 뭔가 위험이 닥치면 바로 이렇게 구조를 해야 되죠. 그냥 바로 자르면 되는데 그걸 안 한 거예요. 바로 내가 알고 보면 저를 살려주십시오 해서 바로 온 거나 마찬가지인데 저는 그게 진짜 이해 안 가요."
새끼 돌고래의 잇따른 죽음은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의 존립 자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 폐사 건수는
2023년 6건에서
2024년 17건으로 세 배 가까이 폭증했고
2025년 12건, 올해도 8월까지 5건이 확인됐습니다.
제주에 서식하는 남방돌고래는 120여마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 해 태어나는 새끼가 15마리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잇따른 폐사는
종의 유지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타격이 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목격되는 비극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새끼를 잃은 어미가
썩어가는 사체를 포기하지 못해
수면 위로 밀어 올리며 유영하는
가슴 아픈 장례 의식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 박태현 /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늘 편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든지 이런 것들로 보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하면 쓰고 그렇지 않으면 함부로 이제 버리게 되는 이러한 어떤 행동들로 인해서 이러한 위기가 초래됐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돌고래가 잘 사는 곳이 결국은 제주가 잘 사는 그러한 어떤 표지가 되기 때문에 우리가 이 돌고래를 사물로 취급하지 않고 하나의 어떤 우리 공동체의 한 일부로서 받아들이고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자."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바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증명하는 '깃대종'이라는 점에서
보호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 김병엽 /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깃대종 또는 핵심종 이렇게 불리거든요. 그만큼 이제 중요하다는 거죠. 그러면 얘네들이 바다의 어떤 균형을 맞춰주는 거예요. 또 얘네들이 이제 그 먹이 활동하면서 다니면서 보면 계속 배변을 보거든요. 우리가 뭐 흔히 고래 똥이라 하는데 이런 고래 똥 같은 경우는 이런 해상 식물, 바다 식물에 이 유기질, 거름 역할도 하거든요."
아무것도 모른 채 단순한 호기심에
낚싯줄을 갖고 놀던
새끼 남방큰돌고래들은
결국 살이 패는 상처를 입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KCTV뉴스 김지우입니다.
(영상취재 박병준, 그래픽 이아민)
김지우 기자
jibregas@kctvjej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