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사라지는 돌문화 유산
조승원 기자  |  jone1003@kctvjeju.com
|  2018.01.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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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과 밭 사이를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돌담.

검은 용과 닮아 흑룡만리로 불리며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밭담입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대표적인 돌문화 유산으로 꼽힙니다.

<오프닝>
"제주는 삼다도라 불릴 만큼 돌이 많아
돌문화 유산들이 곳곳에 분포해 있습니다.

특히 이 밭담은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관리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다른 돌문화 유산들은 어떤지
카메라포커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애월읍 고내리 해안도로 방파제에 서 있는 돌탑.

마을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주민들이 쌓은 거욱대,
즉 방사탑입니다.

10년 전 사진 속 그날처럼 거친 파도와 바람이 불어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10년 전 카메라에 포착된 또 다른 방사탑.

하지만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게 됐습니다.

<스탠드업>
"방사탑은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는 주민 쉼터가 조성됐습니다."

< 주인순 / 애월읍 고내리 >
옛날에는 탑이 여기저기 여러 군데 있었어. 그런데 요즘은 길 뽑고
건물 세우느라 없어졌어.

제주에 남아 있는 방사탑은 50개 안팎.

이 가운데 17개만 민속자료로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관리의 손길 밖에서
자연적 또는 인위적으로 훼손되고 있습니다.

등대로 활용됐던 도대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 뱃길을 밝히던 고마운 존재는
밑동만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 고여생 / 조천읍 신촌리 >
석유 넣어서 망루에 올려서 불을 켰었지. 전기도 안 들어올 때
그걸 썼었거든.

돌문화 유산은
제주의 전통과 역사를 간직했다는 데서 가치가 크지만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행정에서 관리하겠다고 지정한 돌문화 유산마저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바다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아 올린 환해장성.

오랜 세월 풍파를 견뎌 온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스탠드업>
"환해장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지금은 모두 무너져 내려 바다에 돌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제주도 기념물이라고 써놓은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 고영철 / 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번지로 표시를 하던지 명확히 해주지 않으니까 이쪽으로 온 사람은 안내판이 없으니까 환해장성인지조차도 모르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 돌가마도
위태롭긴 마찬가지입니다.

<스탠드업>
"제주도지정 기념물로 분류된 구억리 검은굴입니다.

겉으로는 원형이 잘 남아있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엉성하게 보수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은 돌가마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풀과 나무에 덮여 있어 돌무더기인지 돌가마인지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스탠드업>
"돌가마가 확인돼 행정에 보고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안내판 하나 서 있지 않습니다."

형태가 확인된 돌가마 9개 가운데 4개만 지정 관리되고 있고
나머지는 방치에 가깝습니다.

< 강창언 / 제주도예촌장 >
행정 무관심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시급히 이걸 평가해서 보존해야 할 값어치가 있으면 정확히 보존해야 하고...

행정 관리 밖에 놓인 돌문화 유산은
엉뚱한 모습으로 복원되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군사 소식을 전하던 연대는
반듯한 돌로 정교하게 복원돼 이질감을 풍깁니다.

마을 신당을 두르고 있던 돌담장은
건물 신축에 밀려 시멘트벽으로 바뀌었습니다.

<스탠드업>
"신당의 옛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최신식 구조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과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답사회장은 말을 잊지 못합니다.

< 고영철 / 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여기 와서 소원을 빌었던 사람들이 다시 소원을 빌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모양이 달라져서 너무 안타깝네요.

묘지를 지키는 동자석과 문인석처럼
도난당해 사라지기도 하면서
돌문화 유산이 갖은 수난에 처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주 밭담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돼
국비 지원을 받는 것처럼
다른 돌문화 유산도
제도권 안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강정효 / 제주민예총 이사장 >
너무 흔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봐왔기 때문에 그 가치를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죠. 가치 제고를 위한 문화재 지정이 필요하겠죠.

< 강승진 / 제주밭담6차산업화사업 기반구축사업단장 >
돌문화의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골라서 유네스코에 등재함으로 인해서
지속 가능한 보전 관리와 활용 가능하도록 하면 최소한 지켜줄 수 있는
///
제주의 보물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들어진 시기와 종류, 형태를 막론하고
훼손되며 사라지거나 변질돼가는 돌문화 유산.

정확한 수도 헤아리기 어려워서
국가 또는 도지정 문화재로
190여 개만 현황이 파악될 뿐입니다.

<클로징>
"제주의 돌은 가장 제주다운 소재지만
그만큼 흔해서 가치가 낮게 평가되곤 합니다.

돌문화 유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관심 갖고 관리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흔히 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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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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