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의 패션 디자이너가 해녀들이 잡는 해산물의 먹물을 이용해 천연염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염색된 천으로 옷을 만들어 올 하반기에는 해녀가 직접 모델이 되어 런웨이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보도에 허은진 기자입니다.
제주시 구좌읍의 한 해안가.
테왁을 가득 채운 해녀가 물 밖으로 나옵니다.
어촌계 공동작업장에서는 물질로 수확한 해산물 손질이 한창입니다.
젊은 청년이 작업장 여기저기서 제주어로 굴멩이 또는 물도새기로 불리는 군소를 건네 받습니다.
<이영석 / 제주시 구좌읍>
"염색해야 해서 해달라고 한 그분인가? 그런 건 식용에는 상관이 없으니까 그건 도려내도 돼요."
제주출신의 박린준 패션디자이너가 제주 해녀들과 협업해 새로운 천연염색을 시도하고 있는겁니다.
건네받은 군소를 다듬기 시작하자 손에 보라색 먹물이 금세 묻어납니다.
짜낸 보라색 먹물에 매염제를 넣어 한번 끓여내고 식히는 과정을 거쳐 준비한 천을 담가 물을 들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이렇게 염색한 천으로 만든 옷을 제주에서 열리는 패션전 런웨이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런웨이에서는 도움을 준 해녀 모녀가 모델이 되어주기로 했습니다.
<박숙희 / 구좌읍 해녀회장>
"군소로 옷을 만들어서 나오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어. (런웨이를) 걸어간다는 자체가 난 평생에 한번 소원인데. 한번 걸어가는 자체를 얼마나 멋있을까 상상만 해도…."
<박린준 / 패션디자이너(해녀복연구소 대표)>
"해녀의 새로운 확장성이나 활용면에서는 발전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옷감을 물들일 수 있는 천연 보라색을 해녀들의 해산물을 통해서 발견을 했고 이게 패션이라는 분야를 통해서
해녀의 새로운 모습, 새로운 활용성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산물 유통과 단순 보존, 양성에만 집중되었던 해녀문화에 예술 산업이 접목돼 새로운 색깔이 더해지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KCTV 뉴스 허은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