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포커스] 커피 한 잔, 버려지는 99% 커피박
허은진 기자  |  dean@kctvjeju.com
|  2021.11.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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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진 기자>
"많은 분들이 커피 즐겨 드시고 계실텐데요. 커피를 내리고 대부분 버려지는 이 원두 찌꺼기. 어떻게 활용되어야 할까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제는 거리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

제주의 커피매장 수는 지난 8월 기준 1천700여 곳에 달합니다.

1천 200여 곳인 편의점 보다도 많고

인구 대비로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입니다.

제주 곳곳에 커피전문점을 찾아가봤습니다.

카페 안에서는 쉴새없이 커피 원두 갈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조리대 한편으로는 커피박이라고 불리는 커피찌꺼기가 계속 쌓여갑니다.

이렇게 모인 커피박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윤종선 / 카페 운영>
"(커피박을) 저희 옆 밭에 뿌리고 있고요. 그리고 저희가 아는 주변 지인들이 벌레 퇴치 기능이 있다고 해서 갖고 가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커피 한잔을 내리기 위해 사용되는 원두는 평균 15그램 수준.

이 가운데 99.8%인 14.97그램이 찌꺼기로 버려집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연간 커피소비량은 1인당 512잔, 하루 1.4잔 꼴입니다.

이를 제주에 대입하면 제주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커피는 52만 5천여 잔으로 매일 7천800kg 정도의 커피박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커피박은 생활폐기물로 버려지며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온실가스 배출 등 각종 환경문제에서도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김정도 /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기본적으로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유기물, 커피박뿐만 아니라 감귤박까지 포괄해서 특별하게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총괄해가면서 유기물에 대한 대책, 재활용 방안들을 수립해야 되지 않나 보고 있습니다."

커피박은 버려지고만 있을까.

이렇게 버려지고 있는 커피박을 수거한 뒤 재활용을 하고 있는 업체를 찾아가봤습니다.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수거해 잘 말린 커피박에 물과 결합제 등을 넣어 반죽을 시작하자 금세 점토처럼 변합니다.

이 반죽을 다시 전용 기계에 넣고 스위치를 켜자 마치 가래떡 같은 찰기 가득한 반죽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커피박으로 만들어진 반죽은 일일이 수작업을 거치고 사나흘 간의 건조 작업이 끝나면 연필과 화분, 벽돌 등의 각종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됩니다.

<이근주 / 소품매장 총괄매니저>
"생활쓰레기로 커피 찌꺼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일반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다 보니까 이걸 가지고 어떠한 제품을 만들거나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버려지던 커피박을 내어준 인근 카페에서도 재탄생한 제품들이 만족스럽기만 합니다.

<이정순 / 카페 운영>
"오셔서 커피박을 재활용해서 화분이나 이런 걸 만든다고 하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화분이 의외로 반응도 괜찮고 다육이를 심으면 너무 예쁜 거예요. 손님들 반응도 좋아요. 제주도가 쓰레기 때문에 문제잖아요. 그런 면에서 의의가 좋은 것 같아요."

유명 커피 프렌차이즈도 커피박 재사용에 나섰습니다.

계속해서 커피를 내리고 잠시 멈춰 수거통을 열어보니 커피박이 가득 찼습니다.

이렇게 모인 커피박은 가공과정을 거쳐 퇴비로 만들어지고 전국의 농가로 전달됩니다.

서귀포시의 한 한라봉 농가도 이 커피박 퇴비를 사용합니다.

<허승진 / 커피박 퇴비 사용 농가>
"작년에 한라봉이 많이 열렸었거든요. 그래서 나무가 수세가 약하게 보이는 듯했었어요. 그런데 (퇴비를 뿌리고) 보니까 나무가 새파래지고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농업 부분에도 이렇게 (커피박을) 쓸 수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커피소비와 그에 따른 커피박을 해결하려는 이러한 노력이 있지만 정작 행정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영희 / 제주도의원>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정책이나 제도적으로 만들어서 쓰레기 양도 줄이고 친환경 제품들을 도민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선도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들을 도출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지자체의 경우 단순 업사이클링을 넘어 커피박을 활용한 친환경 연료와 퇴비 제조, 축산 악취저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아직까지 커피박을 재활용하기 위한 분리, 배출, 수거 등의 체계도 갖추어져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허은진 기자>
"커피박은 재활용 가치가 높은 유기성 자원입니다. 청정 제주에 걸맞게 쓰레기로만 생각했던 커피박의 자원화가 필요해보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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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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