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비극에서 생존한 여성들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가족과 마을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습니다.
KCTV제주방송은 그동안 축소 왜곡되거나 규명되지 않았던 여성들의 4.3 피해와 생애사 등을 조명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합니다.
김용원 기자입니다.
4.3 희생자 1만 4천여 명 가운데 여성 희생자는 약 20%에 불과합니다.
눈 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했고 남편과 아들을 대신해 불법 수용되거나 고문을 당한 여성 역시 4.3의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70여 년이 지나도 이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유철인/제주대 명예교수]
"실제로는 여성들은 자식이 죽거나 남편이 죽거나 행방불명 되는 이런 식의 고통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희생자 숫자만 가지고 여성들의 피해를 생각할 수 없고 훨씬 더 큰 피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생존 여성들은 호적에 이름을 올리거나 교육을 받을 기회도 얻지 못했고 군경에 의해 강제결혼이나 성착취 피해를 당했지만 침묵해야 했습니다 .
[김성례/서강대 명예교수]
"국가의 폭력적인 성정치에 의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말도 할 수 없게 만든 거죠. 그게 소위 국가 권력의 가부장적 폭력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그것이 지금까지도 아주 오랫동안 쉬쉬하고 연구도 정말 없습니다."
그럼에도 남성이 사라진 가족과 마을을 살려낸 것은 여성들이었습니다.
돌아온 고향에서 여성들은 서로 힘을 모아 집을 짓고 마을을 위해 기금을 내놓으며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4.3 생존자이자 해체됐던 가족과 마을 공동체 회복의 주체였지만 이들의 생애사는 축소 왜곡됐고 4.3 진상조사나 연구에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4.3에 의해 삶이 완전히 뒤틀린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가족의 생존과 마을의 재건을 위해 헌신했던 제주 여성들을 방송사 처음으로 조명했습니다.
1세대 여성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피해 참상을 전하고 관련 진상 규명과 4.3 여성사 연구 필요성 등을 제시했습니다.
4.3 가족관계를 바로잡고 4.3 후유장애 희생자를 확대하는 등 여성 피해 회복을 위한 국가 책임도 강조했습니다.
[조정희/제주4·3평화재단 팀장]
저희가 4·3 여성의 피해에 집중한다면 여성들이 당시에 겪었던 일과 그 이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신적인 트라우마까지도 저희가 4·3의 희생으로 보는 폭넓게 바라봐 주는 제도적인 장치들이 조금씩 보완돼야 할 것 같습니다.
4.3과 여성을 다룬 KCTV 특집 프로그램 '어멍'은 내일(21) 오전 9시 30분 첫 방송됩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영상취재 김용민)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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