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생존자이자 제1호 4.3 해설사가
최근 해설 도중 다쳐
수술까지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에서 어떠한
보호나 지원도 받지 못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인지 김용원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4.3 해설사로 활동 중인 올해 87살 홍춘호 할머니.
양 팔에 수술 자국이 선명합니다.
무릎까지 심하게 다쳐 거동이 불편합니다.
사고는 지난 달 24일, 발생했습니다.
피난 생활을 했던 큰넓게 동굴 인근에서
4.3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넘어졌습니다.
양팔 골절과 무릎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았고
20일 넘는 입원 치료 후 지난 16일 퇴원했습니다.
수술비를 포함해 병원비 450만 원은
고스란히 할머니가 부담해야 했습니다.
4.3 해설사가 다치면 상해 보험을 적용하는
4.3 조례가
2023년 마련됐지만 유명무실이었습니다.
80세 이상 고령이라는 이유로
보험사에서 가입을 꺼렸기 때문입니다.
4.3 해설사 23명 가운데 80세 이상인 3명은
같은 이유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모든 도민이 적용 받는 도민안전보험도
보장 사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원이 배제됐습니다.
<홍춘호 4·3 해설사(87세)>
"안 다쳐본 사람은 몰라. 다쳐본 사람만 알아.
너무 섭섭하고, 다 섭섭해요. "
할머니와 가족은
또 다시 황당한 일을 겪어야 했습니다.
지난해 4.3 생존희생자 신청을 했다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심사에서 불인정 됐는데
제주도가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4.3 생존희생자 의료비 100% 지원 안내를 했던 겁니다.
<고정택 / 홍춘호 4·3 해설사 아들>
"우리한테 지원 대상이 됐다고 연락 오니까 우리는 되겠구나 해서
신청하려고 하니 다른 부서에서는 안된다고 하는 거야. 제주도청에서도 이런 내용을 모른 상태에서
이렇게 이런 걸 우리한테 가져와서 설명할 정도면 확실히 알고 설명해줘야 하는데.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는
동광리 초토화 학살 사건의 생존자이자
지난 2017년부터 활동한
제1호 4.3 해설사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달에 보름 넘게 해설사로 활동했고
사실상 쉬는 날 없이 현장을 함께 했습니다.
4.3때 일가족이 몰살 당하면서 겪은 심각한 트라우마에도
제주도나 평화재단 같은 기관을 도와 4.3을 알리는데 적극 나섰습니다.
하지만 필요할 땐 찾다가 사고 이후에는
안부조차 묻지 않는 무관심에 서운함이 앞섭니다.
4.3 해설사를 더 해야할지도 고민이라고 말합니다.
<홍춘호 4·3 해설사(87세)>
"외국도 다녀오고 내가 얘기하는 게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건
아주 좋아요. 그런데 이렇게 다치고 나니까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요.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요.
(해설사를) 더 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4.3 해설사가 도입된 이후
안전 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제도권에서
최소한의 보호나 예우조차
받지 못하면서 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KCTV뉴스 김용원입니다.
(영상취재 김용민)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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