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0(수)  |  김경임
<김경임 기자> "제주 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깨끗한 자연 환경입니다. 하지만 인적이 드문 중산간 곳곳이 누군가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직접 현장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오전 시간, 서귀포시 1100도로 일대. 공공 근로자들이 집게를 든 채 쓰레기 수거 작업에 한창입니다. 도로변은 물론 수풀 속까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습니다. <공공 근로자> "한 7 ~ 8봉지 나왔을 것 같네. (언제부터 하셨는데 그만큼 나왔어요?) 8시부터. (8시부터요? 지금 한 2시간 밖에 안 됐네요?) 아이, 한 트럭 나올 때도 있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공공 근로자> "뭐 도시락도 있고 별게 다 있어 없는 게 없어 뭐라고 딱 (정해서) 칭할 수가 없어요. 근거를 잡으려고 거기(쓰레기 더미)를 막 쑤시고 했는데도 근거 없이. 아주 전문가들이야 버리는 사람들이." 중산간 도로 일대를 직접 둘러봤습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는 동안 곳곳에서 쓰레기 더미가 발견됩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누군가 몰래 버리고 간 겁니다. <김경임 기자> "차를 타고 오는 길가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각종 가전제품들이 버려져 있고 이 쪽으로 보시면 생활쓰레기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숲길을 따라 도착한 고근산 일대.(서호동) 풀밭에 쌓여 있는 마대 자루가 눈에 띕니다. 자루를 열자 스티로폼과 타일 등 각종 건축 자재가 부서져 나옵니다. 한 쪽에는 페인트통이 나뒹굴고 주위로는 불을 피웠던 흔적들이 눈에 띕니다. <김경임 기자> "지난달 이 곳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에 담뱃불이 옮겨 붙으면서 실제 화재로 이어졌는데요. 주변 나무에는 아직도 불이 났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제주의 오름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포장된 도로를 벗어나 5분 정도 들어가자 공사 과정에서 떼어낸 듯한 문짝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유리창도 깨져 있어 위험해보입니다. 이 곳에서 버려진 문짝이 발견된 건 2주 전. 근처를 지나던 주민이 우연히 발견한 겁니다.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립니다. <양영자 / 주민> "굉장히 언짢죠. 우리 동네 분들은 쓰레기를 하나라도 더 주우려고 하는데 이렇게 버리면. 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야산에." 인적이 드문 또다른 산 속.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무성히 자란 수풀 사이로 덩그러니 쓰레기가 버려져 있습니다. 가전 제품부터 매트리스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언제 버려진 건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폐기물을 몰래 버릴 경우 발견하는 것 조차 어렵다는 겁니다. <홍용기 / 구좌읍 송당리장> "(쓰레기를) 숨겨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와서 어떤 수풀 속이라든가 이런 부근에 와서 쓰레기를 숨겨버려요 아예 숨겨버리면 이거는 다른 사람 눈에 안 띄면 수백 년 가는 겁니다 그냥. 나중에 몇 십 년 지나고 나면 어떻게 수거도 못할 정도로…." 산간 지역 뿐만이 아닙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무단 투기의 표적이 됩니다. 서귀포시 대정읍. 한적한 도로 옆 임야에 각종 폐기물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습니다. 소파부터 침대, 폐타이어까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불법 투기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은 무용지물입니다. 근처의 농로 진입로 양 옆에는 마대자루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수십 개의 마대 자루에는 건축 폐기물이 가득 담겨있습니다. 현장을 확인하고 해당 읍에서는 무단 투기자를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CCTV가 없고 폐기물의 양이 정확히 측정되지 않아 사실상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제주에서 처리되고 있는 방치 폐기물은 약 1천여 톤. 발견되지 않은 경우까지 합한다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부의 비양심으로 무단 투기된 폐기물과의 숨바꼭질이 매일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김경임 기자>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몰래 버린 폐기물에 제주 자연이 멍들어 가고 있습니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보다 절실해 보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카메라포커스
KCTV News7
04:32
  • [카메라포커스] '절벽' '낭떠러지'까지...위험천만 인증샷
  • 이국적이면서도 멋스런 장소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깁니다. <김수연 기자> "관광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예쁜 풍경으로 사진을 찍을 만한 곳들이 도내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사진 명소들은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며 제주관광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출입 금지 구역이나 위험한 구역에서 인증샷을 남기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주상절리대 깎아지른듯한 멋스런 절벽이 관광객들을 사로잡습니다. 동굴 안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립니다. <김성현 / 관광객> "SNS나 이런데 많이 있어서 사진 찍으려고 왔습니다." 이 동굴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요즘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장소를 찾아 여기까지 온겁니다. <김수연 기자> "동굴 입구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곳은 낙석 위험으로 출입이 금지돼 있는 곳입니다. 내부사정은 어떤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다각형의 돌기둥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중간중간 균열이 간 모습이 눈에 띕니다. 주상절리대 사이에 돌들이 잘게 부서져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돌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낙석 위험지역 C등급으로 지정이 되면서 출입을 통제하고 우회하는 길을 만들었는데 경관이 멋진 곳이다보니 계속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험을 안내하는 표지판까지 설치를 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관광객> '앞에 안내요원도 있는데 특별한 제재를 안 하고 그래서 들어와도 되는 줄 알고 (별생각 안 하고 그냥 사진 찍고 갈 거라서….)" <김수연 기자> "이곳은 낙석 위험구간으로 출입이 통제돼 있는 곳인데요. 관광객들이 아랑곳 않고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출입을 막는 라인도 모두 풀려있는 상탭니다." 전문가들은 눈이 녹는 해빙기나 집중호우시기에 이곳에서 또다시 낙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강순석 / 제주지질연구소장> "그 암석이 조면안산암질로 돼 있어서 풍화·침식이 좀 심하죠. 지금 조면안산암의 주상절리라서 하나씩 무너질 수가 있는데 이게 평상시에 무너지는 건 아니고 폭풍이나 이럴 때 무너지는 것 때문에 들어가 보면 웅장하기도 하지만 좀 무섭기도 하고 그래요. " 위험 표지판과 경고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행정당국에서 설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위험한 인증샷 명소는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제주의 숨겨진 비경으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진곶내입니다. 오는 길이 다소 험하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김수연 기자> "최근 사진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인데요. 이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서 인증샷을 최근 SNS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와보니까 바위가 굉장히 높고 주변에 각진 돌들이 가득해서 위험해 보입니다." 관광객 한명이 해안가 한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바위에 올라탑니다. 기대했던 한장의 사진을 찍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립니다. <관광객> "위험한 것 같아요. 높고 일단 너무 발 디디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김수연 기자 > "이 SNS 사진의 배경이 바로 이곳입니다. 입구에는 이렇게 출입을 제한하는 안전펜스가 있습니다. 이걸 넘어가서 촬영을 한걸로 보이는데 바로 앞에 낭떨어지가 매우 높아서 한눈에 보기에도 아찔해보입니다. 경고 문구나 출입제한도 특별한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한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특별하거나 아슬아슬한 추억을 만들려다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쾌한 기억만 남길 수 있습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 2019.12.04(수)  |  김수연
KCTV News7
04:19
  • [카메라포커스] 몰래 뽑혀 간 '팽나무' 수난시대
  • 도내 주요 마을마다 어귀를 지키면서 제주인의 삶과 역사를 함께 이어 온 제주 팽나무. <조승원 기자> "제줏말로 퐁낭, 팽나무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지만 그 또한 제주의 소중한 나무자원입니다. 일부는 보호수나 기념물로 지정되고 있을 정도인데요, 그런데 이런 팽나무가 최근 시련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 카메라포커스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한 임야. 잘려나간 나무 기둥과 줄기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땅 속에서 무언가를 파헤친 듯 돌무더기도 쌓여 있습니다. 이 곳에 있던 것은 다름아닌 팽나무. 불과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 서 있던 나무가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다. <인근 주민> "퐁낭이 없어지고 경계담도 허물어져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가보니까." 인근에 있는 다른 임야. <조승원 기자> "여기도 없습니다." 나무는 보이지 않고 파헤쳐진 흔적만 남았습니다. <조승원 기자> "팽나무가 있던 곳으로 보이는 주변 식생도 모두 파괴됐습니다." 멀지 않은 곳의 다른 밭도 찾아가 봤습니다. <조승원 기자> "원래대로라면 여기 나무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없습니다." 포장된 도로에 중장비가 다녀간 흔적이 선명합니다. 나무가 뽑힌 커다란 구덩이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푸른 잎이 풍성하던 팽나무가 자라던 곳인데 나무 뿌리와 가지만 남아 나뒹굽니다. <인근 주민> "이 밭에서 2그루 정도 없어졌고. 저쪽으로 가면 저기도 없어졌고..." 문제는 누군가가 임야나 밭 주인 모르게 나무를 뿌리째 뽑아갔다는 것입니다. 현행 법에 따라 지목이 전으로 돼 있을 경우 나무 굴취에 따른 제재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목이 임야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행정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나무를 뽑거나 베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뽑힌 임야에 이 같은 허가는 없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법 굴취된 것입니다. 최근 이렇게 사라진 팽나무가 한림읍 지역에서만 60여 그루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일부 비양심 조경업자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자기 땅이 아닌 남의 것을 갖고 무단 벌채해서 다른 데 넘겨서 이익을 본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주 자생 팽나무는 곧게 뻗지 않고 다채로운 멋을 뽐내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아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많게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게 조경업체 측의 설명입니다. <조경업자> "울퉁불퉁한 맛이 있습니다. 천만 원 이상 가는 것도 많이 있죠." 실제로 지난해에도 팽나무를 뽑아 빼돌린 일당이 무더기로 형사처벌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행정과 수사당국이 이 같은 행위를 적발하고 처벌로 연결하기까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무를 몰래 뽑은 뒤 옮겨 심고 반출하는 모든 과정이 비밀리에 진행돼 적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행정이 최근 3년 동안 적발한 무단 굴취 건수는 2건에 불과합니다. <송덕홍 / 제주시 산림보호팀장> "주변사람들이 알아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수사도 편한 상황으로 가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동경로 파악 등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늘날 제주 숲의 형성과 발달에 기여한 노거수 가운데 8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제주 팽나무. <조승원 기자> "가치 있는 팽나무가 누군가의 불법적인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이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 2019.11.27(수)  |  조승원
KCTV News7
05:19
  • [카메라포커스] 도를 넘어선 '민원 갑질'
  • <문수희 기자> "폭언, 협박 심지어는 폭행까지 여전히 민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요. 민원인들의 도를 넘어선 갑질행위. 이번주 카메라 포커스에서 들여다 보겠습니다." 불법 적치물 민원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적치물을 치워 달란 단속반의 요구에 다짜고짜 소리를 지릅니다. <상가 주인> "공무원은 무슨! 우리가 낸 세금으로 다 하면서 우리집만 아니고 제주시에 있는거 다 뜯을거지? 다 뜯으면 저도 동의할게요." 자기 가게 앞에 물건을 세운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는 민원인, 고성 끝엔 심한 욕설이 나옵니다. <상가 주인> "개 XX. 벼락 맞을 XX. 피도 눈물도 없게 건축법이니 뭐니 하지말고!" 이런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이기환 / 제주시청 건설과> "민원 전화이기 때문에 다 받아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저희 단속반을 폭행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문수희 기자> "지금 시간 12시 6분을 지나고 있는데요. 이 시간은 술에 취한 민원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입니다. 현장을 가보겠습니다." 낮보다 밤이 더 바쁜 지구대. 이 시간 대 들어오는 출동 절반 가량이 주취 민원 입니다. <서민우/ 연동자치지구대> "주업무가 주취자가 많고요. 술 취한 분들은 욕설이 대부분 입니다." 전국에서 야간 주취 민원 신고가 많기로 손에 꼽히는 노형 파출소를 가봤습니다. 새벽 3시를 넘어선 시각. 경찰들이 급히 출동에 나섭니다. 이번에도 주취자의 신곱니다. <문수희 기자> "방금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경찰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어떤 현장인지 가보겠습니다." 출동한 경찰에 위협적으로 몸을 들이 밀더니 신원을 확인하자는 말에 소리를 질러 댑니다. <주취자> "나 여기 기물파손부터 시작해서! 수갑을 채우라고 채우라니까." <허승혁 / 제주서부경찰서 노형지구대> "(주취자는) 말이 잘 안 통하고 상대하기가 많이 까다로워요. 상대하다 보면 폭언도 일삼고..." 지난 1년 동안 112에 5천 건의 전화를 건 50대 악성 민원인. 여경은 이 민원인의 주 타켓이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은 물론 성적 수치심이 드는 발언도 일삼았습니다. <민원인 전화> "여자 경찰 잡아오란 말이야! 정신나간 경찰아. 에이 XX"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반복적인 악성 전화.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경찰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의 시간도 뺏습니다. <이승하 / 제주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같은 전화를 반복한다면 그 사이에 정말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경찰과 통화가 안되잖아요. 그게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구급대원 폭행도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엊그제도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구급대원은 잦은 폭행과 폭언의 경험으로 구급활동을 하면서도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김형섭 / 연동119센터 구급대원> "가족 욕을 하거나 전혀 (구조활동에) 협조되지 않고 폭력 행위를 행사하는게 가장 힘듭니다." 이처럼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일이 빈번하자 지난달부터 민원실에는 경찰과 직통 비상벨이 설치됐습니다. <양경저 / 제주시청 민원팀장> "저희들 얼굴 향해서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경우도 가끔있고 자존감이 떨어질 정도의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청은 수년간 천여건에 달하는 상습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를 전담하는 팀을 꾸리기도 했습니다. <고경수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공무원들이 그거(악성민원)에만 매달리게 되고 학교는 학교대로 어려움이 따르고 그런 것들을 교육청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악성민원을 근절하자는 캠페인도 시작됐습니다. 최근 3년 동안 국민권익위 등에 접수된 제주지역 공무원 악성 민원 피해 사례는 10건이 채 안됩니다. <제주도 공무원> "일일이 그거(악성민원)에 놓고 하면 공무원 생활 못하죠. 큰 일이 아니면 그냥 공무원으로서 감당하려고 하고 있으니까..."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민원인들의 각종 폭력을 참고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신강협 /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 "(폭언·폭행 등은) 인격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에 법적 처리 대상임을 사람들이 인지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의 인권에 관해서는 민원업무 뿐 아니라 공무원들이 안전하고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노동인권의 측면으로 다뤄야 합니다." 정당한 민원 제기가 아닌 폭행에 가까운 악성 민원. <문수희 기자> "현장에서 직접 본 악성 민원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보다 나은 민원 문화를 위한 인식 개선과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고통받는 이들을 보호할 장치 마련이 시급할 때 입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 2019.11.20(수)  |  문수희
KCTV News7
04:42
  • [카메라포커스] 돌아온 방어철…속타는 어민들
  • <변미루 기자> “방어철이 돌아왔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최남단 모슬포에선 방어 조업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많은 배가 새벽부터 출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동승해보겠습니다.” 짙은 어둠을 뚫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 한 척. 낚시터를 잡고 조업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물을 치고 끌어올리기를 수차례. 손바닥 크기보다 작은 자리를 낚아 올립니다. 이렇게 잡은 자리를 미끼로 본격적인 방어 잡이에 나섭니다. 이미 방어 배들이 진을 치고 있는 마라도 해역. 낚싯대에 입질이 오자 있는 힘껏 잡아당깁니다. 기다리던 방어가 펄떡이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변미루 기자> “지금 바로 바다에서 잡아 올린 대방어입니다. 무게 6킬로그램에 달하는데요. 이렇게 들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겁고 힘이 셉니다.” 그런데 어민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가격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경호 / 방어잡이 어선 선원> "가격이 너무 싸서 하루 일당이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뱃사람이라 집에 있을 수도 없고." <김 수 / 방어잡이 어선 선주> "올해는 별로 시원치 않을 것 같아요. 조황도 별로 고기가 많이 안 들어왔어요." 힘들게 방어를 잡아와도 잘 팔리지 않습니다. 무게가 4kg 넘는 대방어와 달리, 제주에서 10배 가까이 많이 나는 중방어는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중매인이 나서지 않으면서 올 가을 들어 경매 일수의 절반 이상 입찰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명수 / 중매인> "큰 거라든가 그런 것들, 지방이 많고 맛있으니까 그런 걸 많이 찾고, 작은 것은 맛이 없다고 안 찾는 거죠. 안 찾으면 저희도 (입찰하더라도)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처치가 안 되지 않습니까." 그나마 팔리는 것도 지난해 가격에 비해 30% 정도 떨어진 상황. 이유는 다른 지역 방어 생산량이 급증한 데 있었습니다. 온대성 어류인 방어는 가을이면 난류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날이 풀리면 다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수온 상승으로 남하하던 방어가 강원도 해역에 오래 머물면서 지역 어민들이 대량 조업에 나선 겁니다. <정석근 /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방어는 자기가 살아가기 적합한 수온 범위가 있기 때문에 거기 맞는 곳으로 주 서식지를 이동하거든요. 그래서 주서식지가 옛날에 제주도 주변이었다면 지금은 부산이나 강원도 쪽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먹이 생물들, 삼치나 플랑크톤 등도 같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제주방어는 생산량이 제자리인 반면 강원도 방어는 7배 가까이 급증해 최대 생산지가 됐습니다. 여기에 일본산 방어까지 가세하면서 전체적으로 공급이 늘어난 상황. 이젠 다른 지역에서 잡은 방어가 도내까지 유통되고 있습니다. <동문시장 상인> "특방어 있는 데는 강원도 꺼 불렀을 겁니다. (예전에는 제주에서) 잡혔는데, 강원도로 많이 올라갔죠. 어장이 그쪽으로 많이 형성되니까." 제주방어의 입지가 좁아지자 어민들은 자구책 마련에 손을 걷어붙였습니다. 모슬포 수협은 갈 곳을 잃은 중방어 6천여 마리를 수매해 직거래로 싸게 내놨습니다. <김기용 / 어민> "그냥 원가라니까요. 수협이니까 소비 촉진이니까 이익을 안 남기고 그냥 바로 내치는 거예요." 성인 팔뚝만한 방어 한 마리가 1만원. 지난해 도매가보다 5천원 싼 겁니다. <박학준 / 모슬포수협 경제상무> "빨리 소비하고 또 작업해야 하는데, 이게 큰일이에요. 소비가 잘 돼야 되는데, 대책을 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 며칠 전에는 방어잡이배 30여 척이 3일 동안 조업을 중단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어민들은 다음 주 방어축제를 전환점으로 수요와 함께 가격이 오르길 그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변미루 기자> “지금쯤 가장 들썩여야 할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값이 떨어지면서 어민들의 속은 타들어가지만, 그래도 곧 좋아질 거란 희망을 안고 오늘도 바다로 향합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 2019.11.14(목)  |  변미루
KCTV News7
05:26
  • [카메라포커스] 훼손되고 사라지는 전통포구
  • <문수희 기자> "바다가 곧 삶이었던 제주 사람들. 제주 포구는 제주 역사와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인데요. 하지만 이런 포구 대부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카메라 포커스에서 들여다 보겠습니다." #탐라순력도 조천항과 함께 제주의 가장 오래된 포구로 기록되는 화북 포구. #옛사진 조선시대, 제주의 관문이자 제주인들의 삶의 터전. 추사 김정희 선생과 면암 최익현 선생이 유배를 왔던 유배의 길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록과 기억이 아니면 옛 화북포구의 모습을 찾긴 힘듭니다. 현대식 방파제가 들어선 오늘날의 화북 포구. 돌담은 시멘트로 가려졌습니다. 포구가 매립돼 차가 다닐 정도로 면적이 넓어지면서 그만큼 편해졌지만 예전의 정겨움은 사라졌습니다. <안도열 / 화북동> "방파제가 이렇게 길지도 않고 돌도 다 됐었어요. 헤엄치고 춥잖아요. 그럼 여기가 다 돌이야, 돌이 엄청 따뜻해. 그럼 여기 엎드려서 몸 말리고..." 4.3의 아픈 역사가 남아있던 월령포구도 옛모습을 잃은지 오랩니다. <문수희 기자> "이 곳 월령포구도 원형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데요. 지금 제가 서있는 이 곳도 포구 일부를 매립해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에 남아있는 옛 포구는 사라질 수 없는 소중한 추억입니다. <박용수 / 월령주민>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죠. 한 15년에서 20년 됐죠." 해안도로가 개통되며 옛포구 대부분이 사라진 월정리. 포구가 있던 자리엔 주차장과 상가들이 들어섰습니다. 바뀐 것은 겉모습 만이 아닙니다. 인공 방파제가 들어서고 막혀버린 물길. 주민들은 이 때문에 마을 어장도 바뀌었다고 주장합니다. <곽광석 / 구좌읍 월정리> "월정에 멸치가 많이 들어 오니까. 멸치가 안 들면 멀정이라고 했었지. 멸치가 안나지 이제는 ... " #옛사진 (포구 만드는 사진) 온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든 포구. 돌을 나르고 쌓는데 까지 포구에는 그 마을의 사람들의 공동체 정신이 녹아있습니다. 구조와 형태도 다른 지역의 것과 다릅니다. 제주포구는 바다를 향해 자연적으로 나있는 여와 빌레, 주변의 용천수 등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제주말로 안캐, 중캐, 밭캐라고 부르는 2중, 3중으로 형성된 포구는 그날의 바다 날씨에 따라 쓰임이 다릅니다. <고영철 / 제주문화유적답사 회장> "1차 적으로는 샘이 솟는 곳이여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파도를 막기 위해 자연적으로 코지가 나와있으면 그 코지를 이용해서 성창을 쌓고..." 축조 방식도 독특합니다. 아랫부분은 큰 돌로 길고 넓게 쌓고 위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형탠데 파도의 부서짐을 최대화 하기 위해섭니다. 제주의 거센 바람과 파도에 맞서 어업 생활을 이어오고 바를 지켰던 옛조상들의 지혜가 어려있습니다. <조환진 / 돌빛나예술학교 대표> "앞에 보이는 얼굴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 속으로는 길게 돌이 돼 있어요. 그러면서 넓은 면적으로 돌과 돌이 마주치기 때문에 마찰력이 커지는 거예요. " 제주의 100여개의 항포구 가운데서 전통의 모습이 남아있는 포구는 38개. 가속화되는 전통포구 훼손을 막고자 복원 사업도 시작됐습니다. 제주도가 사업비 모두 60억원을 들여 전통포구 6곳에 대한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원은 잘되고 있을까? 최근 복원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귀덕포구. 하지만 한눈에 봐도 전통포구의 모습과 거리가 멉니다. 전형적인 포구의 형태가 파손되고 축조 방식 또한 다릅니다. 포구 한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이 세워졌습니다. <문수희 기자> "이 곳은 제주도가 전통포구 복원사업을 추진한 곳인데요. 하지만 현장을 둘러보니 옛 포구 형태와 차이가 큽니다. 복원이란 말이 무색할 정돕니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복원도 이뤄졌습니다. 겉모습은 옛 포구를 되찾은 듯한 망장포구. 자세히 들여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문수희 기자> "돌은 쉽게 빠져 버리고 그 안은 시멘트로 가득합니다." 바다의 맞닿아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포구의 외벽은 시멘트를 덕지 덕지 발라 놨습니다. 복원을 한다면서 되려 훼손이 가속화된 모습입니다. 사라져 가는 포구에 심각성을 느낀 일부 학자와 도민들이 제주 포구를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당장 전통포구가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서재철 / 제주자연사랑미술관 관장> "남아있는 포구라도 잘 관리해서 선조들이 바다를 개척했던 지혜를 후손들에게 물려 줘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수희 기자> "개발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전통포구. 더 늦기 전에 원형이 남아있는 포구를 보존하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합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 2019.11.07(목)  |  문수희
KCTV News7
07:11
  • [카메라포커스] (대담)흉물로 전락... 활용책 없나?
  • <오유진 앵커> 이번주 카메라포커스는 사람이 살지 않고 비어있는 주택, 빈집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취재기자와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조승원 기자, 빈집이 그렇게 많습니까? <조승원 기자> 네 우선 통계치를 같이 보시면요, 2천 9백 스물 다섯 채가 제주도가 집계한 빈집 수입니다. 1년 넘게 전기나 수도 사용량이 없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보고 빈집으로 분류하는 겁니다. 그리고 3만 2천 6백 채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건 국토교통부에서 집계한 건데, 지난해 11월 1일 당시 전입신고가 되지 않은 집, 그러니까 미분양주택이나 단기임대, 한달살기 같은 집들이 다 포함된 넓은 의미의 빈집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제주 전체 주택수가 25만 2천 6백 여 채니까, 빈집이 약 10%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오유진 앵커> 제주에 있는 집 10채 가운데 1채꼴로 빈집이라면 상당히 많은 수인데요,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조승원 기자> 먼저, 빈집을 무조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빈집은 주택 유동성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도 봅니다. 다만,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집이 폐가나 쓰레기장처럼 방치돼 미관을 해치고 환경오염도 일으키다 보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빈집이 치안 사각에 놓이면서 범죄 발생지가 될 수 있는 우려도 있고, 주변지역의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유진 앵커>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지금으로서는 더 많아 보인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런 빈집은 왜 생겨나고 방치되는 걸까요? <조승원 기자> 집집마다 사연이 있듯이 누군가의 보금자리였던 곳이 빈집으로 남게 된 데는 저마다 이유가 다양했습니다. 거주하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서 자손에게 물려줬는데 그 집에 살지 않으면서 비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빈집의 지분을 놓고 자손끼리 갈등이 생겨 정리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유가 어찌됐든 분명한 것은 빈집은 사유지입니다. 집을 비워놓고 방치하는 것도, 잘 가꾸고 관리하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에 해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행정이 개입해서 정비해라 관리해라 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오유진 앵커> 빈집이 생겨나는 것도, 방치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이런 현상이 최근 제주지역의 인구 경제 지표와도 맞물린다는 분석도 있죠? <조승원 기자> 네, 저희가 둘러본 농어촌 마을마다 빈집이 방치돼 있었는데, 이를 설명해주는 지표가 있습니다. 그래프를 같이 보시면요, 농가 인구가 10만 9천여 명에서 8만 2천명 대로 줄었습니다. 반면 65살 이상 농가 인구는 해마다 늘더니 전체의 35%까지 비중을 늘렸습니다. 어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어가인구가 1만 9천여 명에서 1만 명이나 줄었습니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보니 정주어항 46곳 가운데 6곳에는 등록된 어선이 없습니다. 이른바 유령 어항이라는 겁니다. 즉 농어촌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화는 빨라지면서 빈집이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유진 앵커> 이런 인구 변동 추세는 당장 해법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행정 차원에서 빈집에 대한 대안은 없습니까? <조승원 기자> 관련 분야 전문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는데, 방점은 활용에 있었습니다. 빈집을 방치하면 골칫거리지만 잘 활용하면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인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가 지난 4월부터 빈집 실태조사에 착수해 이달(11월) 안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빈집별로 등급을 매기고 활용 또는 철거 방향을 정하게 될텐데, 소유주와 주변 주민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오유진 앵커> 빈집이 단순히 비어있는 집이 아니라 제주의 인구 경제 변화상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빈집 문제를 줄이는 노력에는 적극 나서야겠습니다. 조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2019.11.01(금)  |  조승원
KCTV News7
05:10
  • [카메라포커스] 넘쳐나는 빈집 '골치'…제주 3만채 넘어
  • <조승원 기자> "제주에 빈집이 3만채를 넘어 섰습니다. 전체 주택의 약 10% 정도는 빈집이라는 것인데요, 왜 이렇게 빈집이 많은지, 그로 인한 문제는 없는지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낡은 집 한채가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집 안팎에는 쓰레기만 잔뜩 나뒹굽니다. 출입 금지를 알리는 폴리스라인이 음산함을 더합니다 . <강선재 / 제주시 삼도2동> "노숙자들 들어가서 술을 마실 수 있고 화재 위험도 있어서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죠." 옛 도심에 있는 또 다른 집. 버려진 살림도구만이 누군가 살다간 흔적을 보여줍니다. <김정순 / 제주시 이도1동> "(신축하겠다고 한 지가) 오래 됐어요, 벌써 몇년 됐어요. 집을 팔았는지 어쨌는지 기척이 없어요." 빈집은 이처럼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감도 일으킵니다. <김소형 김재희 / 동초등학교> "어두울 때는 여기에 귀신 같은 게 나올까봐 겁나요." 빈집에도 저마다 주인이 있지만 정비나 관리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아무렇게나 방치되다 보니 안전사고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조승원 기자> "허술하게 고정돼 있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습니다." 빈집은 1년 넘게 전기와 수도 사용량이 없는 주택으로 정의됩니다. 이런 빈집이 제주에만 공식적으로 2천 900여 채. 빈집 발생은 원도심 지역의 인구 유출, 농촌 고령화와 연관성이 큽니다. <김정욱 / 한경면 용수리> "늙어서 죽기도 하고 자식들은 부산 가서 살기도 하고 하죠." <문방흠 / 애월읍 봉성리> "많이 돌아가시고 애들은 시내에 나가버리고 하니까 자동으로 사람들이 없어지죠." <문국부 / 애월읍 봉성리> "한 5년 더 못 살고 아이들도 와서 안 살면 마찬가지로 (집이) 비어 버리겠죠. 농촌이 참 문제야..." 특히 농어촌지역은 빠른 고령화로 인구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도내 정주어항 46곳 가운데 6군데는 어선이 없는 이른바 유령 어항입니다. 농촌 역시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35%에 달하고 그 비율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김태화 / 애월읍 봉성리> "적적하죠. 사람들이 없으니까. 사람이 있으면 같이 앉아서 놀기도 할텐데...사람이 없어요." 빈집 범위를 넓게 보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특정 시점에 전입신고가 되지 않은 집, 즉 미분양주택이나 한달살기, 단기임대 등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만 3만 2천채를 넘었습니다. 3년 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제주 전체 주택 25만여 채 가운데 약 10%는 통계적으로 비어있는 상황. 이를 뒷받침하듯 전체 주택수가 세대수보다 더 많아 주택 보급률은 105%에 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시들던 1~2년 전부터 빈집에 대한 경고가 시작됐지만 제주도는 지난 4월에야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빈집 정비사업에 활용한다며 만든 자진신고센터는 실적이 거의 없습니다. 행정 차원에서 사유지인 빈집을 정비하거나 관리를 요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빈집 문제에 손을 놓은 채 방치할 수 밖에 없는걸까. 설립 4년 차 스타트업 남성준 대표의 사업 아이템은 바로 빈집. 빈집을 정비해 공유 숙박시설 4군데를 운영하면서 집 주인에게는 빈집의 가치를 높여주고 사업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남성준 / 공유숙박 스타트업 대표> "(투자자들이) 3차 투자까지 하고 계속 좋아하고, 그런 취지, 건물을 올리거나 대형 리조트, 호텔보다는 마을 안에 있는 소박한 집을 원하세요." 이처럼 전문가들은 빈집이 방치되면 골칫거리일 뿐이지만 활용한다면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김태일 /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기준을 정해놓고 철거하더라도 공공성을 갖는 공간으로 어떻게 탈바꿈시키느냐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고 복합문화시설, 단순한 문화공간, 주택공간으로써의 기능 등 다양한 형태로..." <고태호 /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인구정책 차원에서 빈집에 들어가서 거주할 의사가 있는 청년이나 이주민에게 정보를 오픈하고 거주할 경우 주거비를 지원해주는 방안..." 제주지역 인구 변동과 도심 공동화, 농촌 고령화 현상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는 빈집 문제. <조승원 기자> "주택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농어촌 인구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빈집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만큼 주택 소유자와 행정당국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 2019.10.31(목)  |  조승원
KCTV News7
05:21
  • [카메라포커스] 하수 처리난, 대책은 '오리무중'…악순환 되풀이
  • <변미루 기자> “제주지역 하수 처리난이 심각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주변에선 계속해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여기서 나오는 하수들,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이번 카메라포커스에선 대규모 개발에 대비한 하수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제주도심 한복판에 수직으로 세워지고 있는 거대한 빌딩. 제주 최고층 건물이자 63빌딩보다 두 배 가까이 넓은 복합리조트 '드림타워' 입니다. 대형 호텔과 카지노, 그리고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변미루 기자> “이 건물은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지금 한창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어마어마한 하수의 양입니다. 드림타워에서 배출하게 되는 하수 발생량은 하루 5천 톤. 이 가운데 2천 200여 톤은 공공하수도로 연결해 처리할 예정입니다. 제주시내 18개 동지역 배출량의 1.7%에 달하는 하수를 한 건물에서 쏟아내는 겁니다. 이 막대한 하수가 흘러들어가는 곳은 바로 도두하수처리장입니다. 이미 설계량의 99.9%가 포화상태인 곳으로 이대로 하수가 유입된다면 용량을 초과하는 건 불 보듯 뻔합니다. 결국 받아들이지 못한 하수가 역류하거나 걸러내지 못한 오염수가 바다로 넘치는 사태가 잦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도두하수처리장 관계자> "30년 됐잖아요. 도두하수처리장이 30년 된 승용차에 막 더 태워서 지금 6명 태우고 다녀요. 그런 식으로 더 운전하기가 힘들어지는 거죠. 그러다가 처리가 안되는 날이 더 생기겠죠." 위험한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드림타워에서 하수처리장으로 이어지는 공공하수관입니다. 인구밀집지역인 노형과 연동을 통과하는 이 관은 직경 40cm의 소형으로, 갈수록 60cm로 넓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관이 하수량을 얼마나 버틸지 모른다는 겁니다. 관로의 용량이 단 한 번도 측정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경돈 /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하수도부장> "하수관의 70~80%가 차서 흐르기 때문에, 그런데 이게 유속과 관련 있습니다. 관에 물이 다 차더라도 물이 없을 때는 천천히 흐르고, 물의 양이 많아지면 빨리 흐르게 됩니다. 그 부분은 지금 현재 그런 검증들이 안 돼 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공문입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준공에 임박한 지금에 와서야 하수 역류 우려가 있으니 사업자에게 공공 하수관의 용량을 직접 측정하라고 떠밀고 있습니다. 30년 된 낡은 하수관이 언제 터지거나 넘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조건 허가부터 내준 겁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 관은 공항 활주로를 지나기 때문에 확장도 불가능합니다. 대책 없이 허가를 내주다가 하수 역류 사태로 이어진 신화역사공원. 대정하수처리장이 과부하에 이른 상황에서 하수량을 축소해 허가를 내줬고 한꺼번에 쏟아낸 하수가 넘치면서 사고가 났습니다. 아직 공정률은 65%. 개발이 한창 남아있지만 행정의 인식은 안일합니다. <고윤권 /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 "그땐 한 번에 보내버리니까 역류한 거지. 조절해서 보내면 문제가 없고. (드림타워도 일시에 보낸 줄 어떻게 알아요?) 그건 우리가 지도점검 해나가야죠. 새벽시간대 물을 안 쓰는 시간에 조금씩 유량 조절하면서 보내고. (위반해도 처벌할 수 없잖아요. 협의일 뿐인 거죠.) 그렇죠." 툭하면 사고가 터지자 제주도는 올 초 부랴부랴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30톤 이상의 하수를 배출하는 건축물에 대해 2020년 12월까지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을 규제하긴 어렵습니다. 이미 허가가 이뤄진게 대부분이고 용도상 주거나 상업, 공업지역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불만도 터져 나옵니다. <건설업체 관계자> "그렇게 (조건부) 허가를 내줬는데, 뒤에 가서 하수종말처리장이 안 됐다고 하면 그게 누구 책임일까요?" 결국 실패한 하수정책으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시민들이 모두 껴안고 가야하는 상황. <이상봉 / 제주도의원> "처음부터 하수 처리 정책들은 다 알았던 부분인데, 지난 4년 동안 어떤 것들을 했는가. 증설이 답이지 다른 방법들은 편법이고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고." 그동안 하수 처리난으로 수많은 홍역을 치러온 제주. <변미루 기자> “지난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은 나아진 게 없습니다. 예측과 준비 없는 무책임한 하수 정책. 그 피해는 또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 2019.10.24(목)  |  변미루
KCTV News7
05:22
  • [카메라포커스] 문화재 복원 '고증따로 · 복원따로'
  • <김수연 기자>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들을 잘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데요. 하지만, 복원 이후에 오히려 제 모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이 문젠지 이번주 카메라포커스에서 살펴봤습니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어진 대정현성입니다. 중요한 성곽 유적으로 무너져 있던 부분이 전체적으로 복원됐습니다. 복원 현장을 전문가와 함께 둘러봤습니다. 일부 구간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 성벽이 잘 쌓여 있습니다. <김유정 / 제주문화연구소장> "밑바닥에서 가장 단단하면서 튼튼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돌이고, 중간에는 가로석들이 있어요. 가로형들이 보여요. 돌이 서로가 맞물릴 수 있도록 엮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눌러주기도 하기 때문에 견고성을 더하고자 하는 옛사람들의 지혜 중 하나죠." 하지만, 옆으로 이동하면 조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듯하게 깎아놓은 일정한 크기의 돌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비교해보면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증과 심의를 거쳐 복원이 이루어졌다지만 허술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돌을 피할 수 있도록 성 위에는 여장이라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어야되는데 복원이 거의 안됐습니다. #탐라순력도 여장사진.. 그나마 복원된 일부 구간이 있지만 당시의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김유정 / 제주문화연구소장> "병사들이 여기에서 활을 쏠 때는 일어서고 활을 피할 때는 숨어 있어야 하는데 여기 있다가는 병사들이 적군들한테 다 죽겠어요. " 바로 옆 성벽은 곳곳이 무너져 내려 처참한 모습입니다. 표면을 깎은 가공석들을 마구 쌓아올리다보니 맞물리는 힘이 부족해 틈이 벌어지면서 훼손된 겁니다. <김수연 기자> "무너져 내린 성벽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까요. 이렇게 콘크리트 공사 자재와 비료 포대가 그대로 섞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원이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졌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정민 / 도시공학박사> "콘크리트나 이런 것들은 그냥 흙벽에다가 이렇게 하면 비가 오게 되면 유실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죠." 조천읍 연북정 역시 마찬가지. 돌담으로 쌓은 성벽 사이에 콘크리트가 메워져 있습니다. 부서진 콘크리트 사이로 건축폐기물과 쓰레기가 한가득 나옵니다. 바로 옆 조천진성에는 성벽이 유실돼 복원한다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성벽이 이어지지 않고 뒤틀려 있습니다. 관련부서에 확인해본 결과 복원공사 진행중에 다른 위치에서 성벽 터가 발견되면서 공사를 중단한 겁니다. 1년뒤에 예산이 나오면 다시 새롭게 공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입니다.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문화재 심의를 거친 복원작업이었음에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복원이 이뤄진 제주성지는 벌써 틈이 벌어져 붕괴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유산본부에서는 몇년간의 모니터링을 통해 제주성 보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엉터리 복원이 이루어지는 이유로는 허술한 시공 문제가 큽니다. 문화재 복원 사업이 시작되면 심의, 고증과정을 거치고 선정된 시공업체에 공사를 맡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제주만의 특징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주에서 당시 사용했던 방식 대신 한양성의 표준 축조 모델을 토대로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부분적인 설계변경이 가능하다보니 고증 따로, 복원 따로인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이경용 /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 "이 부분을 과감히 지적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지사님을 비롯한 각종 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심지어 원형 추정조차 어려운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려시대 바다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쌓은 환해장성은 원래 바다 근처에서 나는 둥근 돌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복원돼 있는 곳을 보면 각진 돌로 이뤄져 있습니다. 쌓아놓은 모양도 원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원형과 다르더라도 법적으로 심의를 다 거쳤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길도 없습니다. 복원 이후 사후관리가 엉망일 수밖에 없는 이윱니다. 문화재 보호구역이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집니다. 행정에서 직접 나서 임시 야적장을 만들었습니다. <주민> "우리도 알죠. 여기는 환해장성이니까 이걸 놓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대책이 없어요." 목조문화재 주변 소화기도 모두 망가진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도내 역사문화재 290여개에 대한 돌봄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취지대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입니다. 복원 사업에서부터 관리까지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이윱니다. <김수연 기자> "복원현장을 둘러봤더니 옛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문화재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복원사업이 계속된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재는 결국 사라져버릴지 모릅니다. 카메라 포커습니다."
  • 2019.10.16(수)  |  김수연
KCTV News7
05:15
  • [카메라포커스] 돌담 장인 '무관심'…명맥 끊긴다
  • 굽이 굽이 이어진 모습이 검은 용과 닮아 이름 붙은 흑룡만리 제주밭담. 밭의 경계를 표시하고 농작물을 보호하며 오랜 세월 제주 농민과 함께 해 온 역사의 산물입니다. 2014년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며 제주 밭담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조승원 기자> "이런 밭담과 집담처럼 제주의 돌로 만든 돌담은 전문 기술자인 석공, 이른바 돌챙이가 남긴 소중한 유산입니다. 그런데 돌담 장인의 명맥이 끊길 처지에 놓였다고 하는데, 카메라포커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한 단독주택. 40년 넘은 블록 담을 허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어 큼지막한 자연석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웁니다. 돌을 세워보고 뒤집어 보면서 모양을 맞춰 나갑니다. 현대식 담이 제주 전통 돌담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문대탄 / 제주시 연동> "전원 냄새가 나지 않겠나. 친환경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돌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석공 일에 뛰어든 조환진 씨. 돌담 쌓기 기술의 명맥이 끊길 것을 우려해 직접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기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조 씨 부자와 같은 전문 석공에 의해 제주 돌담의 가치가 이어져오고 있지만 이런 장인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기만 합니다. 장인이 몇명이나 남아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 전역에 20에서 3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조환진 / 돌빛나 예술학교 원장> "수십년 동안 돌담을 쌓아 온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돌담들이 남아 있는데 그 분들이 과연 몇 명이나 살아 있는지도 전혀 파악이 안 되고..." 구좌읍 평대리에 사는 오경용 할아버지도 장인 가운데 한명입니다. 17살부터 돌을 만지기 시작해 60년 동안 돌챙이로 살아 온 흔적이 거친 손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돌을 고르고 끼워 맞추며 담을 쌓는 모습에서 오랜 경력과 노하우가 묻어 납니다. <조승원 기자> "60년 경력의 석공과 쌓아올린 작은 돌담입니다.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금방 쌓았지만 단단한 견고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석공의 미래가 돌담처럼 단단하고 견고할지는 오 할아버지조차도 회의적입니다. <오경용 / 구좌읍 평대리(석공)> "젊은 사람은 물론 담 쌓던 사람도 이제는 안 해요. 왜냐면 아주 골병이 들거든. 땀 쌓는 일이 상당히 괴로워요." 한 때 마을에서 알아주는 석공이었던 양덕문 할아버지가 가진 기술도 잊혀질 날만 앞두고 있습니다. 60여 년 전에 돌로 지은 창고는 지금까지 남아 활용되고 있지만 양 할아버지에게는 돌챙이로서 남은 게 없습니다. <양덕문 / 한림읍 동명리(석공)> "안타깝죠 없어지니까. 옛날처럼 망치로 때려서 하는 사람은 없고 지금은 기계로 잘라내서 담 쌓는 사람 밖에는 없어요." 돌담 장인들이 고령화되면서 그들이 가진 기술도 소멸될 것이란 우려가 석공 사이에서도 커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이나 아일랜드에 있는 돌담협회가 수십년 동안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기술을 전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런 위기는 행정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큽니다. 제주밭담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을 당시 제주도가 내놓은 보전관리 종합계획에는 석공 장인을 발굴하고 지정하겠다는 실천과제가 명시돼 있습니다. 밭담석공연합회도 조직하겠다고 했는데, 5년 넘도록 어느 하나 진전된 게 없습니다. <강승진 / 제주도 농어업유산위원장> "장인들이 돌아가셔 버리면 그들의 재능과 정보가 단절, 사장되기 때문에 밭담이 세계유산으로 된 만큼 전문가로 대접받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제주도가 만든 조례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도 농어업유산 보전.관리 조례에 도지사가 장인 발굴과 지정, 후계자 육성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것입니다. <제주도 관계자> "플랜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사업이 안 됐다가 작년부터 국비, 지방비 반영하면서 본격적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장인 관련 사업도) 서서히 하나씩 해야죠." 도의회 차원에서 조례 위반을 지적하며 실행 방안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에 나서기로 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박호형 / 제주도의회 의원> "석공, 장인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 있는데 조례를 개정해서 앞으로 장인이 생기면 후계자가 생기는 것이니까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가장 제주다우면서도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관심 밖에 있던 제주 돌과 담, 그리고 장인들. <조승원 기자> "흔히 제주밭담을 천년을 이어 온 돌문화 유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돌담 장인을 무관심으로 대한다면 제주밭담이 천년 뒤에도 남아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울 겁니다. 돌담 장인에 대한 관심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카메라포커스입니다."
  • 2019.10.10(목)  |  조승원
KCTV News7
05:00
  • [카메라포커스] 겉도는 옛 탐라대 활용방안
  • <이정훈 기자> "제주도가 4백 여억원을 들여 학교법인 동원교육학원으로 사들인 옛 탐라대학교 부지와 건물이 3년 넘도록 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카메라포커스에서는 그동안의 추진 과정과 앞으로의 활용 방안을 취재했습니다. " 제주도가 지난 2016년 매입한 옛 탐라대학교 부지와 건물입니다. 31만2천 여 제곱미터 부지와 11개동 건물로 매입액만 415억여원에 달합니다. 매년 제초 작업과 한 명의 관리인을 배치해 시설을 유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년째 활용되지 않으면서 건물과 시설 노후화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 "과거 대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했던 운동장입니다.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제주도는 옛 탐라대 부지와 건물 활용방안으로 해외대학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외국대학 설립 매뉴얼 등을 제작했고 세계 100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캠퍼스 유치 희망 안내문 등을 발송하는 등 유치작업을 벌여왔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대학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김영희 / 제주도 대학정책팀장> "유치 조건에 있어서 요구조건이 우리 제주도가 제시하는 조건과 맞지 않은 경우가 발생해서 현재까지 유치를 이루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 제주도는 외국대학 유치를 위해 탐라대 건물과 부지를 무상 임대해주고,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통해 세금 감면 등 행정지원을 계획중입니다. 또 건물 리모델링 등이 필요한 재원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이나 조례 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제주도의 바람과 달리 제주에 외국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주변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외국 교육기관과 연구소 등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특히 지자체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우면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제주로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학생 충원을 우려한 외국 교육기관들이 개교를 철회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방 의회와 학계,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성과없는 외국대학 유치에 메달리기보다는 지역여건에 맞춰 유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홍명환 / 제주도의회 도의원> "외국 명문대학 유치를 고집하다보면 탐라대학 활용에 대한 답을 찾기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이라도 외국 명문대 유치라는 고집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국내대학 단과대학이나 연구소, 연수원 등 유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상기 / 서귀포시 하원마을회장>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1차는 대학 유치이고 어렵다면 중앙정부나 공기업같은 연수원이라도 유치해서 주민들에게 고용창출도 되고..." 학계에선 과거 제주와 경쟁을 벌였던 부산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산하의 세계수산대학 유치를 위해 지역 산업에 특화된 수산분야 대학원을 시범 운영한 사롑니다. 수산 분야에 특화된 교육과 인프라로 전세계 인력들이 찾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기구 등 으로부터 대학원 인증을 받아내는 이른바 단계적 접근 방식인 것입니다. <고창훈 / 제주대 명예교수> "외국 대학은 가져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지금부터라도 교육을 시작해야 돼요. 모델이 어디냐면 부경대가 유엔의 수산대학을 가져오기 위해 10년을 노력했잖아요. 우리는 안했잖아요." 제주도는 옛 탐라대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연구용역 발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리한 유치 조건 등 주변 여건을 무시하고 로드맵 없이 해외 명문대학 유치에 메달리는 한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옛 탐라대 활용 방안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 2019.10.02(수)  |  이정훈
KCTV News7
04:55
  • [카메라포커스] 폐작 또 폐작…농민 '망연자실'
  • <변미루 기자> "이번 가을은 유난히 비가 잦습니다. 이례적인 가을장마에 강력한 태풍까지, 며칠 사이 연이어 발생했는데요. 태풍이 휩쓸고 간 농촌은 어떤 표정일까요? 카메라포커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당근 최대 주산지인 구좌읍입니다. 당근 밭이 사막처럼 황량하게 변했습니다. 한 뼘 크기의 어린 당근들은 밤새 몰아친 비바람에 쓸려갔습니다. <이형자 / 구좌읍 행원리> "이 밭에 남은 게 없어요. 하나씩 보였는데. 해수에 싹 죽어버렸어요. (다 쓸려갔어요?) 죽어버렸어요." <박인실 / 구좌읍 행원리> "그러니까 이제 손 들어버린 거. 손 들은 거. 이제는 농사 하려고 해도 먹는다는 소리 못 하는 거. 이제는 이거 끝난 거. (폐작?) 폐작." 바닷가 마을에서는 해풍을 맞은 줄기와 이파리가 불에 탄 것처럼 검게 변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살려보려 물을 틀어 소금기를 씻어봅니다. <박인실 / 구좌읍 행원리> "(물 더 줘야 될 것 같아. 막 짜.) 응. 더 주라. (짜요?) 응. 물 줘서 조금 나은 거야. (짜다.)" 바로 옆 밭에서는 쉴 새 없이 영양제를 뿌립니다. <이형자 / 구좌읍 행원리> "바짝 볕이 나면 이거 다 물러질 거 아닙니까. 그러면 아무 것도 없을 거잖아요. 이 밭 전체가 모든 것이.” 제주도내 당근 밭의 70%가 비슷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거의 한 달 내내 내린 비에 뒤늦게 겨우 심은 월동채소도 초토화됐습니다. 비바람이 집중적으로 몰아친 성산과 표선 일대. 초속 40m의 강풍에 줄기가 꺾여버렸습니다. 멀쩡한 무밭을 찾기 힘들 정돕니다. <강동만 /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장> "폭우부터 시작해서 가을장마, 그리고 태풍이 2번 이렇게 오는데 인간으로서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지난 태풍을 겨우 견뎌낸 양배추도 이번에는 못 버텼습니다. <김복준 / 대정읍 상모리> "그냥 이거 갈아버릴까 하다가 농민들 하나 있는 거, 아픈 할아버지가 병원 다니면서 이거 일으켜 세우겠다고." 혹시나 하는 기대에 뽑힌 양배추를 흙에 다시 묻어봅니다. <나경대 / 대정읍 상모리> "이렇게 안 하면 또 바람 불면 (줄기가) 뱅뱅 꼬여버려. 그러면 안 되니까. 바람에 안 떨어지게." 과수원에는 물러터진 한라봉들이 나뒹굽니다. 지난 태풍 링링 때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자 나무라도 조금 건져보려 했지만, 보름 만에 몰아친 태풍은 작은 희망마저 앗아갔습니다. <변미루 기자> “살아있는 나무라도 살려보려 이렇게 지지대를 이용해 기둥을 세워놨지만, 또다시 태풍이 불어오면서 이렇게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백오인 / 서귀포시 서호동> "넘어진 것들 한 번 보십시오. 이렇게 괴었는데 다시 넘어져 버렸잖아요. 이쪽으로 나무를 박아서 괴었는데 다시 넘어져 버린 거예요." 올 가을 들어 제주에서 신고된 피해 규모는 9200여 ha. 마라도 면적의 300배에 달합니다. 보험조차 들지 못한 농민들은 눈앞이 더 깜깜합니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비닐하우스. 철거부터 복구까지 모두 혼자서 감당해야 합니다. <김현수 / 서귀포시 도순동> "이렇게 무너져 버리니까 찢어진 나무에 약을 발라야 하는데 바를 수가 있나. 사람 다닐 수도 없는데." 이렇게 보험에 들지 않은 밭이 제주 전체 재배면적의 절반이 넘습니다. 특히 콜라비나 비트 같은 소규모 작물은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밭을 갈아엎고 당장 빈손으로 지내야 합니다. <문정열 / 애월읍 봉성리> "이 농사로 한 해를 먹고 살거든요. 그런데 이게 망쳐버리면 부채만 더 늘어나는 그런 (상황입니다)." 예측하기 힘든 자연재해로 힘없이 무너져 내린 풍작의 꿈. <변미루 기자> “태풍이 지나간 들녘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황폐해진 농촌에서는 하나 둘 복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처난 농민들의 마음은 쉽게 아물지 못할 것 같습니다. 카메라포커습니다.”
  • 2019.09.26(목)  |  변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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